멍게

김재홍

by 도서관 옆자리
멍게.jpg


강을 옆에 두고 두 사내가 잔을 기울인다.

둘은 띠동갑이 나지만 나이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 저길 보게나. 반대편에 등불 축제가 열린 것 같네.

- 허허. 저 쪽으로 훌쩍 날아가서 새로운 술자리를 열고 싶구먼.


둘 중 나이가 많은 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한 말의 술을 다 먹었면서 또 술을 탐내고 있는 사내는 강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물었다.


- 양쯔강, 반대쪽으로 날지도 못하는데 사람들은 어찌 날 시선이라 불리는가.

- 가만히 앉아 쓰촨성에서 지은 시가 여기 양즈강까지 들리니, 그대의 시는 하루에 천리를 더 나네. 이 어찌 신선이 아니겠는가.

- 등불은 양쯔강 반대편에서도 저리 밝게 보이는데. 등불만큼도 밝지 못한 나는 어찌 시성으로 불리는가.

- 대감 나으리들에게 당신들 사용하는 기름은 백성들 고혈을 짜낸 것이라 말한 이가 누구던가. 이 세상을 밝히는 빛인데 당연히 시성이지.


잔을 나누듯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술에 취하듯 서로의 말에 취하니. 고점리와 형가가 부러울까.


- 나는 신선인데 어찌 여기서 술을 먹고 있나?

- 뭣도 없는 놈의 심기를 건드려서 신선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 나는 성인인데 어찌 여기서 술을 먹고 있나?

- 궐안이 더러운데 성인이 어찌 그 안에 있을 수 있을까.


나이가 어린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멍게를 권했다.


- 여기 술 안주로 달을 가져왔네. 울퉁불퉁한 분화구 가득한 이것은 누구의 양식인가.

- 이 땅에서 이름에 달이 붙은 것치고 내것 아닌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고맙게 잘 먹겠네.


둘은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서로에게 잔을 권했다.

왕이 한떨기 꽃에 빠져사니 한낱 필부가 난을 일으키는 시절,

서로가 있음을 진정으로 아끼는 두 사내가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