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엽
이름부터가 잘못이다. 하필 못이라니. 쓰면서도 못 쓴다는 누명을 받을 팔짜다. 못으로 태어났기에 망치한테 수없이 두드려맞는다. 맞으면서도 대들지 않으니 심성이 선하고, 맞으면서도 절개가 꺽이지 않으니 그 어떤 사물보다 심성이 올곧다. 대개 못들의 일이란 자신은 나서지 않으면서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킴으로 다른 사물들을 받치고, 버티고, 고정시켜준다. 이렇듯 못이 있기에 많은 것들이 자신의 자리에 온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못을 폄하한다. 못났다. 못쓴다. 못한다. 옌장. 못이 중한지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