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

정효주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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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신이 나는구나. 내일이면 난 그녀를 죽이고 세상에서 제일 가는 미녀가 되겠구나. 거울아, 뭘 그리 걱정하느냐. 그녀에겐 일곱명의 난장이가 있다고?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아. 방심이라고? 난 절대 방심을 하지 않는다. 난장이들은 겉보기가 우습게 보여서 그렇지 심지가 굳고 절대로 포기를 모르는 악독한 것들이지. 그 어두운 탄광속에서 몇 달이고 곡갱이 질을 해대는 걸 보거라. 우리 성의 제일가는 정예군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난 그들과 맞써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직하지만 또한 탐욕스럽지. 반짝이는 돌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들은 항상 새벽거미가 잠을 잘 때부터 할미꽃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광산에 있지. 난 그 사이에 그녀를 찾을 것이다.


칼을 쓰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냐, 아냐. 난 그녀에게 사과를 먹일 것이다. 뭐? 그녀가 낯선 방문을 경계할 거기 때문에 독이 든 사과를 먹지 않을 거라고? 그 어떤 맹독도 붉은 사과에 흔적을 안 남길 수 없을 거라고? 아니야. 난 독이 든 사과를 준비하지 않았어. 나는 잘 익은 사과대신 설익은 풋사과를 골라 그 안에 첫사랑에 가슴이 찢긴 소녀의 눈물을 넣어둘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날 거부하지 못할 것이야. 첫사랑은 맹독과 달리 사과를 더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 것이야. 게다가 그녀에겐 첫사랑을 품은 풋사과의 향기를 거부할 면역이 없기 때문이지.


첫 입, 질긴 껍질까지 베어먹은 한 입에선 단단한 달콤함이 느껴져 온 몸이 기쁨으로 충만해 질 것이야. 그 행복에 다른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다시 한 입을 더 베어먹게 맘ㄴ들지.


두 입, 눈물이 아릴 정도로 새콤한 맛에 잠시 정신을 잃을 것이야. 처음과는 다른 황홀경에 배아래가 저릿해오며 아찔함을 느낄 거야. 이전에 자신과는 다른 자신이 되는 것만 같은 절정에 잠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거야.


살고 싶다면 여기서 멈춰야해. 항구에 살며 이리저리 오가는 뱃사람들을 다 상대해 본 아가씨라면 직감적으로 여기서 사과를 땅에 던질거야.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못할 것이야. 그녀의 가슴은 아직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위해 붉게 타본 적이 없기 때문이야. 누구도 그녀에게 지금 가슴에 일렁이는 벅찬 통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파아랗게 멍이 들 때까지 그녀는 계속 사과를 먹을 것이야. 그리고 이내 한 번도 맛본 적 없던 떪음에 목까지 메어오겠지.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느낄 때 쯤엔 그녀는 영원한 잠에 빠질 것이야.


그래도 맹독이 낫다고? 영원한 잠의 저주는 또 다른 사랑으로 풀 수 있지 않냐고? 왕자님의 키스 같은? 거울아, 넌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지를 알면서 그녀가 왜 아름다운지는 모르는구나. 그녀의 아름다움은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야. 상처 받지 않은 심장의 고동소리가 얼마나 깨끗한지, 의심을 담지 않는 눈동자는 얼마나 투명한지 너는 알지 못하는구나. 한 입, 단 한 입이면 된단다. 그 한 입으로 그녀는 빛을 잃은 등불이 될 것이야. 거울아, 그래서 나는 풋사과를 준비하는 거란다. 내일로써 그녀와 그녀의 아름다움은 끝이 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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