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선
만남이란 단어를 쓰기 민망할 정도로
흐리게 지나친 사람인데
그 사람은 마치 못처럼 박혀 한 동안 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못보다 날카롭긴 했어.
그 정도 센스까지 갖춘 사람이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봤으니깐.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당황스러운 걸?
아니면 이전에 빠진 못의 빈 자리가 아물지 않았던 탓인가
마치 자기 자리인 것 마냥 휑한 구멍에 쏙하고 들어앉었잖아.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은연 중에 불쑥 고개를 들어.
그 뾰족한 끝을 들이밀며 자신이 여기 있다고 외쳐된다고.
친구랑 산책을 할 때도, 직장 선배랑 밥을 먹을 때도
너는 그렇게 못처럼 박혀 한 동안 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다.
허나, 유독 고달픈 하루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갈 때,
사람들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너를 사무치게 보고싶어 하더라.
마치 전생에 헤어진 연인처럼 네가 그리웠어.
그 때 깨달았어.
이유없이 네가 너무 그리운 줄 알았는데,
그냥 이유없이 그리움이 너무 큰 거더라.
너는 이유없는 내 그리움의 변명이었어.
너의 이름은, 바로 나였다.
나는 나의 고독만큼 깨어있었다.
나의 감정은 침묵이며 고통
목소리가 없는 녹슨 비명이었다.
내게 박힌 것이 그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내게 박힌 나를 뽑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