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잊는다.
그래서 얼음을 나르는 여자와 대장장이 남자는 서로의 온도를 알지 못했다.
긴 머리가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그녀는
자신 앞에선 그가 왜 자꾸 허연 입김을 내뱉는지 알지 못했다.
굵은 팔뚝의 힘줄이 불거져 나온 그 또한
그녀 피부에 맺힌 땀방울을 보지 못했다.
서로에게 빠지는 일은,
온도를 잊는다는 일.
그렇게 얼음을 나르는 여자와 대장장이 남자는
서로를 지구 끝까지 끌어안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녹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