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우
목련
지난밤
어둠을 깨우고
새벽녁에 목련이 피었다
새하얀 등불을 켜고
봄길을 밝히듯
소리 없이 피었다
머지 않아
초록이 다가오면
목련은 떠나겠지만
목련이 피던 날
어린 마음에
나도 늘 불처럼 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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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탐스럽게 핀 목련이 어제와 오늘 사이에 쉼표를 찍는다.
목련은 초록이 오기 전 새벽녁에 소리 없이 피지만
막상 피고나면 제 온 몸으로 봄을 울부짖는 꽃이라
그 놈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욕정이 들끓는 짐승이 된다.
생동감 넘치는 봄날에 이유 모를 시기가 샘솟니
목적없는 열정으로 몸이 지친다.
머지 않아 산이 초록으로 물들면
한 때의 춘정으로 스러질 기운이겠지.
목련이 피는 날엔 어린 마음이 불처럼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