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최인애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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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아지랑이처럼 뇌를 간질였다. 가뭄에 갈라진 땅끝처럼 벌어진 뇌의 틈 사이로 온갖의 것들이 스며들었다. 헤어짐을 결정했을 때는 분명 모든 것이 명확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까매졌다 하얘졌다 반복하더니 어느새 널 떠올리면 현기증이 느껴졌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억지로 풀려는 사람처럼 나는 기억을 정리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뒤엉킨 생각들에 머리가 후끈거렸다. 측두엽에 분포한 뇌세포 사이사이가 함성을 외치며 땀을 흘리는 듯 하다. 네가 떠오르는 오늘은 섭씨 37도 오후 어느 여름날의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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