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진
1.
피부도 갸냘프고 강한 이빨도 날카로운 손톱도 없는 인간이지만
두뇌의 사용은 다른 강한 종들 위에 군림할 힘을 주었다.
2.
이성은 복잡한 세상 속 '규칙'을 찾아내었다.
사자와 기린에겐 '불규칙'한 세상 속에서
그들은 '이성'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였고
자기들 입맛에 맞게 조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3.
이해의 동물은 몰이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인간은 어둠을 무서워했다.
아니, 가시광선을 통해 외부조건을 인지하는 개체에게
'어둠'이란 무지의 장막과 같았다.
그들은 그 장막 뒤에 '귀신'과 같은 이름을 붙여 두려움을 이해하고자 했다.
4.
어둠을 무서워한 종족의 후손인 그는
사막과도 같은 밤이 오면 열 개의 오아시스를
마셔도 채워지지 않을 갈증을 느꼈다.
사막에 모래알들은 외롭지 않을까.
아닌가? 나와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일 뿐,
그들끼리는 밤새 별빛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지도.
세상 모든 까끌까끌한 것들을 삼킨 듯
가슴 아래에 주먹 두 개 분량의 뜨거움이 채였지만
그는 느린 동사로 소화시킬 방법을 몰랐다.
어둠을 무서워한 종족의 후손인 그는
너무 많은 동사를 가지고 있었다.
5.
사실은 단순한데.
보라고. 밤의 다정스러운 뒷모습을.
넌
완벽한, 하루의 이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