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수
파라커스섬의 붉은 등대는 인근 다섯 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제는 전설로만 남은 고대 국가 아르한의 4대 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제국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그 어떤 등대보다 크고 아름답게 지웠다고 한다.
흰 고래를 잡으러 가는 잭은 오늘도 붉은 등대를 보며 출항을 한다.
"잭! 오늘도 바다로 가나?"
파라커스 섬의 사내들은 다른 지역에 사람들보다 유난히 팔과 목이 굵다.
돌섬으로 이루어진 땅은 농사를 짓기에 척박하고
먹고 살기 위해선 오로지 뱃일을 해야 했다.
그물을 당기고, 노를 젓는 동안 팔뚝에 근육은 붉어지고
파도와 바람을 뚫고 소리를 쳐대니 목청도 좋아졌다.
"그럼요! 내 오늘은 기필코 닥온 삼촌에게 고래 지느러미를 술안주로 드릴겁니다!"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오크나무통에 20년은 더 담근 술을 꺼낼테니 기대하라고!"
삼일이 멀다하고 대취하는 닥온 삼촌네 집에 남아있는 술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사람이 20년 동안 건들지 않은 술통이 있다니.
닥온 삼촌의 인내심을 뻔히 아는 잭은 그저 웃으며 배의 돛을 정비했다.
잭은 자신의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등대는 언제나 그렇듯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100리는 더 나가도 뚜렷하게 보일 붉은 기둥 덕분에 잭은 마음을 놓고
바다로 떠날 수 있다.
" 오늘은 기필코 그 놈을 잡아야지."
잭은 바다를 볼 때마다 자신이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에 한탄했다.
그래서 흰 고래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거대한 흰 고래를 잡으면
저 거대한 바다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까.
붉은 등대를 등 뒤에 기대고 잭은 넓은 바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