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옥혜
노나라 장수 최월은 성벽 위로 올라가 자신이 지키는 국경선을 바라봤다. 그가 맡은 화곡성은 야만인들의 영토와 접해 사방 5백리에 뻗어있는 가장 긴 성이다. 하지만 성벽의 위용과는 달리 보초를 서는 병사들에 어깨엔 힘이 없었다.
30년 전, 산록에서 벌어진 야만인들과의 대전 이후 전쟁의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영토로 도망간 야만인들은 세력이 세 개로 쪼개져 서로 견제하기에 바빴고 승리에 도취한 노나라는 이후 논공행상에 바빴다. 그래서 지금, 국경의 최후방을 지키고 있지만 계속 된 평화로 나태해진 병사들의 눈초리엔 긴장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최월은 알고 있었다. 최근 야만족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세 개로 쪼개져 있던 세력을 갈륭의 아들, 갈담이 하나로 합치면서 다시금 복수를 위해 칼날을 갈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었다. 그 소식이 궁궐 담까지 넘어가질 못했지만 변방에 있는 최월은 알고 있었다.
최월은 이미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수십번 상소를 올렸다. 무너진 성벽을 수리하고, 병사를 다시 뽑고,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왕과 주변의 신하들은 자신을 전쟁에 미친 광인으로 취급할 뿐이었다. 결국 선왕 밑에서 5번의 전투에 참가해 목숨을 건 자신을 변방으로 좌천시켜버렸다. 가슴이. 타는. 것처럼. 한탄. 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밖으로 꺼냈다간 병사들의 사기만 꺾을 뿐이다.
최월은 옹성으로가 북채를 잡았다. 전시라면 장수의 목소리를 대신해 지휘계통에 으뜸이 될 붉은 북은 머리채는 하늘에 잡히고, 발목은 땅에 묶여있었다. 최월은 이를 바람으로 내리쳤다.
둥둥둥. 울어라. 북아.
하늘과 땅을 뿌리쳐 네 울음 울어라. 최월은 화곡성의 붉은 북을 통해 울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