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그대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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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저 년을 하옥 시키거라!"


나라의 녹을 받는 사람 중 가벼운 일을 맡은 이가 없다곤 하나 남원골 사또의 모습을 보라. 종6품 현감이니 지방수령으로는 가장 말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권세는 마치 정1품 대감마님 못지 않다. 사또의 명이 떨어지자 춘향이는 이 옥 안에서 낮이 밤으로 바뀌는 걸 지켜봤다. 국법이 엄하다고 하나 길가에 들꽃 같이 연약한 여인네에게 칼(형틀)을 씌우는 건 무슨 법도인가. 여린 목에 칼이 들어와있으니 산골 기방에 제일가는 미녀가 잠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 칼은 사형수가 25근, 징역수와 유배인이 20근, 장형수가 15근짜리로 채운다던데. 사또 명을 거절하고 일부종사 택한 춘향이 죄는 도대체 몇 근 짜리 죄란 말인가. 춘향이는 수청을 들지 못해 숙청을 당한다.

내일이면 목이 달아난다는데 16세 이팔청춘으로 생을 마감할 춘향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롱한 구슬 같다던 두 눈에 눈물 가득 고인 채로 섪게 울고 있으니 옥을 지키는 포졸들은 괜히 눈밑이 시큼거린다. 춘향이의 슬픔은 목을 죄고 있는 칼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내일 있을 형벌의 두려움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도령을 한 번 더 만나지 못함이 서러워서다. 한양까지는 100리 길도 넘는다는데. 장원급제 위해 떠난 이도령은 어디에 있을까. 별 보다 멀리 가는 사람 마음에 두지 말라 월매가 그렇게 일렀거늘, 바다 보다 깊은 정을 주는 모습을 보고 향단이가 그렇게 말렸거늘, 산골짜기 촌동네 아낙은 마음이 좁아 이도령말곤 다른 사람에 줄 정을 품을 수가 없었다. 분명 춘향이 자신 안에 살고 있는 이도령을 느낄 수 있었지만, 너무 멀어 만날 수 없고 너무 깊어 찾을 수 없었다.

옥 중 춘향이가 슬픔으로 시를 짓는 사이 남원골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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