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거북선 부대 마크 함장은 제이크 부함장과의 논쟁 이후 기분이 우울해졌다. 아오리카 행성과 연합에 전쟁 이후 생긴 아오리카족 난민들에 대한 구조를 두고 찬반이 나뉜 것이다. 함장 자신은 스스로를 현실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생기는 건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난민들을 구조했다간 아오리카족에게 적대적인 연합인들의 심기를 거스르게 된다. 거북선 부대는 연합 소속이 아니지만, 지금 8우주에서 누가 감히 연합의 눈길 밖으로 나고 싶을까. 허나 서방교회를 믿는 제이크 부함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 존중이 우선이다.
마크 함장이 제이크를 부함장으로 선택한 까닭은 그의 강직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램의 난 이후 원리와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배에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이크를 선택한 것인데. 오늘은 그 성격이 독이 되었다. 절벽에 부딪히면 그걸 뚫겠다고 성을 낼 놈. 망연자실 모든 걸 포기하고 멍하니 있는 것보단 낫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사관학교 시절 부함장의 별명은 불쾌한 제이크였다. 자신의 신념 외에는 어디에도 굴하지 않고 사사건건 정의를 주장하는 자는 모난 돌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창 너머로 반토막 난 아오리카 행성을 보면서 마크 함장은 깊은 숨을 쉬었다. 제이크 부함장을 치워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이 들었다. 우주는 넓다.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다간 끝도 없는 우주의 미아가 되기 마련이다.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그래서 강물은 무심히도 영원에 이른다. 그래, 이 8우주를 헤쳐나가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후임은 강물 같은 인물이다. 마크 함장은 누르베를 생각한다. 자신의 수하에게 뒤통수를 맞고 패가망신한 우라노의 패왕을. 자신한테 필요한 인물은 무심한 강물 같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