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섀도우 Jan 04. 2021

격리실의 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세인트 조지 6세 론디니움 병원의 명한 아크릴판 용접으로 시로 구축된 격리실창가의 차가운 냉기가 유리창 결로를 맺고, 음압기의 모터소리가 시끄럽게 울다.

급조해서 만든 격리 시설이라 우리는 격리실 밖 스테이션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환자들은 시끄러운 음압기 소리를 백색소음White noise 삼아 잠을 청하고, 우리는 도란도란 한탄 섞인 이야기꽃을 피우며 차트를 정리하고 다음날 처방전과 35만 파운드짜리 비싼 약들을 만지작거린다.





10호실.

 인공호흡기를 꽂은 환자는 사지가 묶인 채 침상에 누워있다. 진정제로 레미펜타닐Remifentanil, 포폴propofol을 충분히 쓰고 있음에도 조금만 건드려도 뒤척이고 깨어난다. 괴롭겠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격리실에 들어선 나는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인공호흡기의 환기값들을 확인하고 가래를 빼보고 인공호흡기의 물기를 털어내고, 소변량을 확인하고, 주사기펌프로 주입중인 승압제와 진정제들이 다음 들어올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본다. 



12호실 중년의 어르신이 호출벨을 들었다.

산기슭의 기도원 목사님, 그는 신도들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증상이 악되어 며칠 동안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해 했다. 하나님은 그가 이겨 낼 만큼의 시련을 주셨고 그는 이겨냈다. 

"네 말씀하세요."

"리모컨이 바닥에 떨어졌는 찾아주세요."

그는 며칠간의 인공호흡기 치료로 급격히 쇠약해졌는지 - 혹은 간호사들 상대로 고의로 추행하는지 모르지만 -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 두 발로 걸을 수 있으면서 하루에 한두번씩 기저귀와 시트에 소변을 보고는 옷을 갈아 입혀 달라고 한다. 

간호사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을 갈아입히고, 감염자의 환자복과 기저귀는 폐기물 통에 들어간다. 

코로나 경증 환자들은 중증환자들의 가혹한 시련에 비하면 축복받은 것이다. 대부분 고열과 두통, 후각 상실, 오심과 구토,

- 히스테릭을 부린다.


새벽 한시 반, 여자 환자가 호출벨 눌렀다

"코가 건조해서 그런데 가습기 같은 거 넣어주세요"

종종 격리실에 있는 게 벼슬이라도 되는 듯 말로 날카롭게 찌르는 사람이 있다.

CCTV를 확대해서 확인해보니  안약을 넣고 있었다. 비염 증상인지 코비드 질환인 지 알 수 없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출벨이 울린다.

"코로나로 죽기전에 코막혀서 죽겠어요."

격리방에 24시간 감시당하며 갇혀 있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격리실은 호텔이 아니고, 간호사들은 호텔 직원이 더더욱 아니다. Level-D 방호복을 차려입는 데 숙련된 직원이여도 거진 5분이나 걸린다. 고작 리모콘 하나 주워주기 위해, 자잘한 불편함 하나 해결하기 위해 다른데서는 없어서 못 입을 귀한 방호복을 함부로 뜯지 못한다.

"두시에 다른사람 항생제 주사있어서 그때 들어갈게요."

좋은 말로 양해를 구하고 타일러도 적반하장인 경우가 있다.

 "저 코 건조해서 바닥에 물 뿌렸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세 번째 코로나19 파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