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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섀도우 Jan 22. 2021

공포

파견이 끝나고 남기는 글

무릇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 뿐만 아니다.

잔기침이나 두통, 가래가 끓으면 혹시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걸까? 공포에 사로잡힌다.


level-D 방호복을 입은 채 쪼그려앉으면 풍금의 풀무처럼 방호복 안의 공기가 쥐어짜면서 빠져나오는데 이때 균이 빨려 들어온걸까? 

빈 병실 하나를 급조한 탈의실에서 방호복을 벗다가 공기 중의 떠도는 바이러스가 빨려 들어온 걸까? 

계절성 비염때문에 콧물과 재채기가 쏟아지는 걸 마스크에 튀길 때 바이러스가 빨려 들어온 걸까?

몇시간이고 방호복에 갇혀 땀뻘뻘 흘린 옷자락에 바이러스가 젖은걸까? 

온갖 두려운 상상이 엄습한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는 의무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지속된다.

벌써 두 번이나 겪었지만 콧속 깊숙이 들어간 면봉(swab)이 코천장을 긁는 쓰라린 통증은 뇌리에 각인돼서 잊을 수가 없다. 


"저는 빡세게 긁거든요? 10초 정도 긁을 거에요. 제가 메르스도 겪었고요, 신종플루도 겪고 지금은 코로나를 겪네요. 하하하"

level-D 방호복을 입은 응급실 당직의는 넉살좋은 사람이었다. 안면보호구 너머 뿔테 안경이 실룩실룩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검사는 자비가 없지. 비강 깊숙한 곳까지 자극을 주면 눈물과 기침이 폭발하듯이 튀어나온다. 

 "목이 많이 부은 것 같은데요?" 비인두를 긁은 스왑으로 입 안을 긁으며 말했다. "Tonsillitis (편도선염) 같은데, 패치(white patch)는 없고 "

 "어려서부터 tonsillitis가 자주와서 목이 많이 부었거든요."

 "수술하는 게 좋겠는데요?"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엄청 아프다고 하고."  그가 건네준 가래통에 기침을 하며 가래를 뱉어준다.


약을 타가고, 불안한 마음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 양성이라면? 

지금껏 같이 일했던 병동 사람들은 발칵 뒤집어지고 전수조사에 들어가겠지. 

나와 접촉한 가족들은? 

집-병원을 오가는 누가봐도 아싸인 이동 동선이 알려지고, 가면을 쓴 사람들의 손가락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불안은 다음날 오전 휴대전화로 발송된 감염관리실의 문자메세지까지 이어진다.

 - 본원에서 시행한 코로나 19 진단검사 결과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 


길었다면 긴, 한 달간의 코로나 파견이 끝났다.

열악한 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는 남아있는 모두에게 감사를,

그리고 너무 먼 곳으로 떠난 분들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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