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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섀도우 Feb 06. 2021

조장된 반목

반목을 조장하는 잘못된 정책

병동, 생활치료센터, 선별진료소, 중환자실...

코로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하고싶지 않은 불편한 이야기를 써본다.


단기 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암암리에 있다.

그들은 2~4주 파견을 왔다가 사라진다. 어느 정도 일을 배워서 적응할 만 해지면 그들은 계약이 만료된다.


- 기존 근무자들은 역차별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액 라인조차 제대로 못 잡을 정도로 오랫동안 임상에서 멀어진 경력단절자나 갓 졸업해서 임용을 기다리는(웨이팅중인) 신규 간호사들을 지원자라고 받아서 코로나 파견인원이라고 보내준다는 점이다. 우리병원 전산 시스템부터 알려드려야 하고 신규라면 액팅을 잘 못하니 일일이 끼고 가르치거나 포기하고 허드렛일을 시키게 된다. Level-D, N95마스크를 낀 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끔찍한 상황에서 프리셉티 교육을 하라고?


두 번째. 수전노같지만 금전적인 문제다.

기존 근무자들은 월 25파운드를 벌까 말까 한데 파견직들은 위험수당이니 숙박비 수당이니 해서 일당이 4파운드다. 파견직들은 20일 일하면 80파운드를 벌어간다. 수년차 본원 경력직보다 두세배나 되는 시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몇달동안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이 짊어지고 프리셉터, 사수 역할까지 하는데 정작 월급은 파견직들이 몇 배나 받아간다?

그러니 응급사직하고 단기 알바로 코로나 파견 다니는 사람들도 생긴다. 그들의 선택을 말리지 못하겠다.


파견 온 사람들도 피해자다.

"제가 이 돈받고 이렇게 일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같이 일하며 친해진 파견직 간호사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파견 온 사람들은 기존 근무자들 대비 너무 많은 보상에 차별받고 눈칫밥을 먹는다.


왜 이런 반목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들에게 임금 격차로 차별을 조장하는 건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다. 인력이 없다고, 쉬는 간호사들에게 몇 배나 되는 웃돈 얹어주니 그제야 소수나마 임상으로 돌아온다.


파견직의 역차별에 분노를 표출하는 게 아니다.

대재앙 시대에 이런 반목을 만드는 높으신 분들의 주먹구구식 탁상공론에 분노하고 절망한다.


매년 공장처럼 수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간호사들이 다 어디로 사라질까?

열악한 임상에 대해 쓴소리와 비명을 지르던 간호사들은 실망해서 임상을 떠나고, 쓰러지고, 소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언론을 통해 새어나가는 우리들의 비명은 흐지부지 금방 묻힌다.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나 영국간호사협회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우리들끼리만 도는 홍보물 팜플렛 몇 장, 우리들만의 컨퍼런스 뿐. 몇년 째 진전된 게 없다.

요즘은 우울감을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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