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기흉으로 폐쐐기절제술(wedge)를 하고 중환자실에 입실한 80대의 노인, 프라이데이(Friday)는 예후가 좋지 않았다. 혈흉(hemothorax)으로 흉관을 꽂은 그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다. 기계환기(Ventilator)를 달고도 산소포화도는 80대 후반에 걸쳐 있었다. 승압제와 진정약물이 주렁주렁 매달린 그를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님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그는 Carcinoma로 알려진 - 폐암이었다.
그는 점점 상태가 안좋아졌고 재수술이 결정되어 수술하고 돌아오자 흉관이 두 개로 늘었다. 다행히 출혈이 잡히고 산소포화도가 더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수혈과 혈소판제제, 전해질 교정을 하고 승압제를 최소단위로 줄여간다.
기계환기를 오래하는 환자들이 그렇듯, 기관절개관(Tracheostomy)를 시술하고 기계환기를 옮겨 달았다. 영(Young)교수는 서서히 산소량을 줄이고 자발호흡 모드로 바꿨다. 기계환기를 떼내기 위해 진정 약물을 줄이고 고유량산소요법 T-piece를 시도한다. 10분도 되지 않아 숨이 찬 듯 초조해지며 호흡수가 가빠지며 얼굴이 빨개진다. 기계환기를 달면 언제 그랬다는 듯 호흡이 편안해지며 산소포화도가 빵빵해진다.
그렇게 하루 5분, 10분, 30분, 기계환기와 멀어질 연습을 한다.
험난한 weaning의 길이다.
오랜만에 그를 보니 침상머리 한켠에는 기어다닐 법한 나이의 손주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아마 면회객이 붙이고 간 것 같다. 나는 사진이 떨어질 때마다 잘보이는 데에 옮겨 붙였다.
그가 종이에 날렵한 글씨로 - 가히 명필이었다 - 나에게 물어봤다.
[중환자실에 이렇게 오래 있던 환자가 있나요?]
그가 입원한 지 거의 한달하고도 열흘 즈음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럼요, 무려 100일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걸어나간 분이 있어요."
내 말이 크게 위로가 됐을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더 오랫동안 중환자실에 갇혀 있었던 이름모를 사연을 생각하고 위안을 얻었을 지 모르겠다.
그 뒤로 그는 T-piece로 밤새 버틸 정도로 호전되고, 산소줄로 점점 줄이며 숨을 가다듬었다.
거진 한 달 동안 힘이 빠진 하체를 위해 재활치료팀과 함께 나름 지독하게 운동했던 것 같다.
마침내 기관내관을 제거하고 목소리를 되찾은 그는 병동으로 전동갔다. 바쁜 일상으로 그와의 잠깐의 추억이 희미해졌을 무렵, 그의 퇴원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