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야겠어
J.C.R
"집에 가야겠어."
그는 오른팔로 난간을 붇잡고 간신히 앉은 자세를 취했다.
"환자분, 혈압이 낮아서 중환자실에 계신 거에요." 노르핀을 끊은 지 오래였고 다행히 동맥관 혈압은 100 이상으로 잘 나오고 있었다.
"아 그렇지, 근데 나 여기서 잠을 못자겠어."
저녁 때 자가약 세로켈과 트라조돈을 복용했기에 섬망이 뜨는지 걱정이었다.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였는데 맥박이 140회까지 떠서 심장을 천천히-강하게 뛰게 하는 콩코르를 당겨 먹기로 했다. 수액세트를 잘라 급조한 빨대로 물 한모금 들이키고 약을 삼킨 그는 한숨을 내쉰다.
"풍(뇌졸중) 맞아서 수술했는데 2억인가 들었어. 아들 돈만 쓰고...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에이! 그런소리하면 안돼죠. 수술하고 한쪽 팔다리를 못쓰시더라고 그래도 의식 멀쩡하고 아들 딸들 얼굴 볼 수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
"요양병원에있었는데 거기 가니까 말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요양병원에 오래 계시지 않았나요."
"그렇지, 오래 있었지."
"제 외할아버지도 무릎이 안좋고 해서 요양병원에 잠시 갔었거든요. 근데 요양사분이 험하게 했는지 힘들어하셔서 다시 모셔왔거든요."
"요양사들이 문제야. 싹싹바르고 잘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 못하고 험하게 하는 것들이 있어. 그렇다고 밉보이면 해코지 할 까 무섭고"
"맞아요. 요즘은 중국인이나 베트남 같은 외국인들도 많더라고요."
요양사들은 말과 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로 병실의 지배자로 군림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주로 기피하는 험한 일이고 치매나 뇌질환과 같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환자라면 제아무리 부처 보살이어도 화를 참지 못하게 된다. 거기에 말이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이 간병인이 되면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환자와 간병인 사이를 더욱 갈등의 골로 밀어 넣는다.
"말년에 이리 아퍼서 어쩔련지..."
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한 시간 가량 그의 옆자리에 앉아 말동무를 하며 전산 작업을 마쳤다. 한쪽 편마비로 불편한 왼 손을 부여잡고 침대에 우두커니 앉은 채 바깥을 응시한다.
"집에 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