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환자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사실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버틴다고 하는 게 맞다.
N95마스크와 답답한 방호복에 고글이나 페이스쉴드를 쓰면 시야가 좁아지고 청각이 둔해진다. 갑갑한 방호복은 말하는 것, 걷는 것.... 그냥 모든 게 스트레스로 승화한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 격리실 안에선 언제라도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감정 상태가 된다. 숨막힐 듯 갑갑한 방호복 안에서 2중으로 낀 장갑에 둔감해진 촉감으로 혈관을 찾고 있으면 부처 보살이라도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와중에 의료진들의 노고와 희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자들은 떼를 쓰고 행정가들은 고생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심지어 실언도 마다않고.
CPR 터진 환자를 보느라 17시간 넘게 퇴근하지 못한 간호사 앞에서 수간호사라는 사람은 "정신이 나약해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위로는 못해 줄 망정.
2년 가까이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 분들을 방호복을 입혀서 매일매일 8시간만이라도 격리실에 넣어주고 싶다.
내 세금을 어디에 버렸지
충분한 인력과 수당이 필요한 곳은 중환자를 보는 이곳인데, 생활치료센터 같은 경증환자에 엉뚱한 곳에 인적 자원과 세금을 버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충분한 보상은 쉬던 간호사들도 임상으로 뛰쳐나오게 한다는 것을.
정부를 포함해서 수많은 병원 의료 기관들이 간호사 인력난을 호소하는 건 충원 부족이 아니라 충분한 처우, 급여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무턱대고 정원을 늘려 온 간호대 학생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학가와 학원가의 배만 불러온 게 아닐까.
침팬지 의회, 뱅크시(2009)
침팬지 의회 - 망가진 정치
국민들 손에 재난지원금을 쥐어주네 마네, 휘그당과 토리당은 표심에 휘둘려 소모적인 잡론에 허우적대는 와중에 의료진들은 번아웃 된 지 오래다. 몇몇 소신있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반대만을 위한 반대, 소모적인 당파 싸움에 휘말려 묻힌다. 재난 상황에서 낙후된 정치문화를 가진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망가진 지 오래다. 체임벨 총리와 질병청만이 정신줄 부여잡고 간신히 기적의 전시행정을 벌이고 있지만 의료진들에겐 더이상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힘든 시국에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
방역에 대한 협조는.... 사실은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너무 오랜 시간동안 여행자제와 마스크 착용 등 불편함을 감내해 왔다.
대신 적어도 코로나 확진자로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러 들어와서 인간 이하의 이상한 추태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 간호사에 대한 언어 폭력과 무례함을 보면 내가 동물병원 간호사가 된 느낌이다. 담배 한보로를 몰래 들고와서 피다가 걸려놓고 뻔뻔하게 조기퇴소 해달라는 무지함을 보면 기가 찬다.
사실 그런 몰상식함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서 온 거라면 할 말이 없다. 코로나 확진자랑 맞담배 피다가 옮아 온 것을 탓해 뭘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