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의 농락을 이겨낸 러닝 아티스트

by 쉘위런

몇달전 무릎부상으로(사실 부상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러너들 사이에서 무릎이아프다고 하면 부상이라고들 하더라) 러닝을 한달 쉬고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하니 쉬는동안 참았던 열정이 튀어나와서 인터벌도 하고 보강훈련도 해야겠다 싶어서 쎄게 몇번 달렸더니 무릎이 다시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 아직 내가 회복된게 아니구나 싶어서 달리기는 하되 빠르게 달리는건 한달동안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바쁜아침 출근 전에 짧게 30분가량을 달리는데 늘 가던곳을 속도조절없이 달리면 꽤나 지루하길래, 어느날은 가보지 않던 길을 찾아서 천천히 구석구석 돌아다녀봤다. 다녀온 후 경로를 보니 구불구불 많이 다닌듯 한데도 30분정도밖에 안걸렸다.


구불구불한 그 지도를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예전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러닝아트라고 샌프란시스코의 어떤 러너가 본인이 달린 경로를 그림그리듯 뭔가의 형상이 만들어지도록 그림을 그린것이었다. 그때 나는 우와 감탄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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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내가 천천히 달리려고만 해서 지루하니, 어차피 천천히 달려야하는거 다른 즐거움을 찾아보자 하고 나의 러닝경로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뭘 그리면 좋을까.


방법을 생각해보자면

첫번째 방법으로는 내가 원하는 모양을 먼저 생각해놓고 지도에서 찾아보는게 있고,

두번째는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지도에 맞추어 생각이 나는 모양으로 맞추는 방법이 있을것 같다.


처음에는 첫번째 방법으로 했다.

고양이를 그리고 싶었다.

지도를 대충 보다가.. 어떻게 하면 좀더 수월하게 경로를 찾을수 있을까 생각중에 AI chatGPT가 생각이 나서 바로 물어봤다.


"지도로 그림그려줄 수 있어?"


이녀석은 전문가다운 포스로 이리저리 설명과 분석을 하면서 알려주었다.

그래서 내가 동네 지도도 보내고, 이 지도에서 달리기로 다녀온 길을 고양이모양이 되는 루트를 알려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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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챗 지피티를 생각해 낸 나는 천재다. 하면서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챗 지피티는 너무나 똑똑했고 내가 굳이 궁금하지 않은 것 까지도 싸그리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총망라 한 듯) 다 알려주었다. 그리고

"원하시면 제가 직접 지도 위에 고양이 모양 경로를 그려서 시각적으로 보여드릴게요"

라고 했다.


나는 지도위에 그려달라고 했고, 그가 보내온 그림은 너무나 완벽했다.

아니.. 우리동네에 이렇게 완벽한 고양이 루트가 있었다니.. 나는 너무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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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모르는 옆동네가 포함되어있어 길을 잘 몰랐지만 챗 지피티가 GPX 파일도 준다고 했다.

GPX파일이란 네비게이션같은 파일로 전에 제주 트레일런 갈때 가민워치에 넣어서 사용해본 적이 있어서 GPX까지 준다니 이것이 바로 완벽이지. 하면서 그가 보내 온 GPX를 폰으로 보내서 열어보았다.


두근두근.. 설렘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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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장난하냐!!

이게 고양이야?


인공지능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인가.

회사에서 업무할때도 챗 지피티를 이용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친구가 아직 지도에는 능하지가 못하구만.


허허.

인간적인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 잘하는 우리 아들 같기도 하고.


그날은 GPX파일까지만 받고 더 작업할수가 없어서

다음 날 다시 만나서, 어제 너가 보내온 파일은 아무 도움이 안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미안하다며 다른걸 준다고 했고,

이번에는 내가 좀더 수월하게 그림을 그린 지도를 주고 GPX를 달라니까

또 아주 자신만만하게 준다더니

역시나 엉뚱 깽뚱한 경로를 주었다.


허허.

이친구.. 재밌네.

그래도 이 분야에서는 내가 좀더 똑똑한것 같군

하며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새로운 루트를 여러개 만들어서, 어느날은 완벽한 고양이, 토끼, 그리고 나름 고급버전인 장미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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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아트 만드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천천히 달리고, 핸드폰도 들고 보고, 때로는 횡단보도도 여러개 건너고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머릿속에서 그려가며 고되게 달리고 마친 후 완성된 그림을 보는 순간, 모든 고생이 싹 사라지는 마법을 느낄수가 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의 그 러너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running artist 아닌가?

챗 지피티 덕에 재미난 에피소드까지 추가하며 즐겁게 fun run 중인 러닝 아티스트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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