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나 사이의 거리

Prologue 3

by 샬롬유shalomU

1년 12달 중

한 달쯤은 일상에서 떠나 있는다면 어떨까?


익숙한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나는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경험을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의 삶 한 페이지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여행은 그렇게, 삶의 시야를 넓혀 준다.


사람마다 삶의 환경도,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비슷한 듯 다르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오늘은 달라지고, 내일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도 가끔은 제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작년,

나는 10년 동안 공부하고 일했던 곳을 떠났다.

이 떠남이 영원한 이별인지, 잠시의 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곳에서의 나는 내 일을 사랑했고, 공부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글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했던 모든 자리는 지금도 여전히 소중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눈을 감아야 편해지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났다.

당연해야 할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고,

못 본 척, 못 들은 척, 그러려니 넘겨야만

하루가 무난하게 지나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걸 할 수 없었던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나를 내버려 두지 않기로 했다.

떠남은 지금의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10년이라는 익숙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남긴다.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

질문은 쉽게 멈추지 않고 머릿속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는다.


다만 요즘은, 조금씩 알게 된다.

답은 오래 고민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 걸음 내딛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내 삶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다시 한 발, 또 한 발 내딛고 있다.

무모해 보일지라도 내 속도로 조용히 앞으로 가는 중이다.


이 시간들이 나에게 알려준다.

숨이 차오를 때는 더 빠르게 걷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일이 먼저라는 것.

쉼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위한 자리라는 것.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일은

결국 나답게 살아가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1년 중 한 달은 결코 짧지 않다.

해야 할 일도, 해내야 할 일도 여전히 많다.

누군가에게는 과하거나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서른 날 동안 국내 여행을 시작한다.

내 속도에 맞춰 걷고, 필요할 때는 잠시 쉬어가며,

하루를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서른 번의 오늘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 시간은 결국
나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을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며

서두르지 않기로 선택한 ‘오늘 하루’에서 이 여행은 시작된다.


국내여행

서른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