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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은의 공부장 Nov 09. 2022

삼 남매 둘째의 성장기

나의 안전기지, 가족

저는 삼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저에게 언니와 동생은 그 어떤 친구와도 바꿀 수 없으며, 사회에서 외톨이가 돼도 제가 외롭다 느끼지 않게 해주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저는 어른들의 기분을 먼저 살피던 언니와는 정반대로, 굉장히 예민하고, 제가 집중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도 심하고, 무조건 원하는 것은 얻어내야 하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던 아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엇인가 충족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에 따른 갈증을 느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형제자매와의 관계 속에서 터득해 가던 저만의 생존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죠.


둘째들아 힘내!


어린 시절 엄마가 이모 댁에 저희를 맡기고 외출하시면, 언니와 다르게 저는 엄마가 나서는 순간부터 돌아오실 때까지 울었다고 합니다. 7시간이고 8시간이고 엄마를 다시 만날 때까지 말이죠. 아마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어린 저는 무언가 결핍을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 둘째들을 보면 유독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게 둘째 아동들이 주의가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약해 튀는 행동을 하며 짓궂은 태도가 도드라져 어른들 눈 밖에 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를 지도하게 됩니다.


실제로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주고 아이와 정서적으로 연결이 되면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의젓해지고 잘 해내려 하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우리가 수학, 과학, 영어를 기초부터 탄탄히 배워가는 것처럼 올바르게 사랑을 받는 법, 사랑을 주는 법, 상대와 호감을 나누는 법에 대해서 꾸준히 배웠다면 관계로 인해 상처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훨씬 줄어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우리의 환경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따뜻하고 일관된 사랑을 받고 자라기란 쉽지 않은 부분일 수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저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관계가 주는 고민에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관계의 빈자리를 다시금 관계로 채우려고 했고 그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관계가 더 가까워져야 해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를 바로 세워 준 것은 관계가 아닌 저 스스로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안전 기지 같았던 가족의 존재, 제가 경험한 연애 스타일, 관계가 주는 호기심을 공부로 풀어가며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었죠.


제 내면 곳곳에 관계를 다루는 항체가 생김으로써 사회로 나와서는 관계로 인해 고민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관계가 주는 상처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저를 아껴주었고, 모진 세상을 받아들이고 제가 단단해지는 방법들을 꾸준히 배워갔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이 세상은 믿을 만해’ ‘내가 의지할 만한 좋은 사람도 많아’ ‘나 또한 좋은 사람이야’라고 받아들이게 되고, 그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맺어가며 관계에 대한 인식을 하나둘씩 터득해 나갑니다.


인간관계 기술을 훈련하는 것이죠. 그런 훈련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고 더 단단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혹여나 여러분들이 부모님과의 상호작용이 어렵다고 해도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들, 마음 따뜻한 분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단단한 내면을 기르는 데 함께 힘써줄 수 있는 딱 하나의 안전 기지를 찾으세요.


힘든 마음이 느껴질 때 그곳으로 가면 됩니다.


힘든 마음은 그곳에서 풀고 다시 밖에서 생활할 때는 여러분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모습들로 타인을 대하는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죠.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격차를 점점 줄여가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강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신비합니다. 


절대 일정하지 않고 고정적이지 않으며, 초 단위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며 흡수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방어적이기도 해서 의지가 없다면 변화도 없죠. 그 때문에 여러분이 처해 있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고, 주변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아도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던 것입니다. 시간이 쌓이면서 더 많은 것을 나누게 되고,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많을 테니, 섣부른 판단을 내려 상대를 생각하거나 나 자신을 정의 내리지 마세요.


이전 글들을 보면 저희 엄마에 관해 일화가 나와요. 너무 현명하시지만 참 까칠하신 분이에요. 한결같은 사랑을 주시지만 츤데레처럼 챙겨주는 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저 역시 엄마에 대한 마음이 깊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엄마에게 까칠하고 신경질적이며 예민한 딸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순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이 보인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모난 부분을 다듬어 가려고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나의 결핍을 들여다보며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여러분들은, 정말 강한 사람입니다.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는 것만으로 진실로 대단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여러분들이 상처투성이 세상에서 가치를 잃지 않고 소중한 관계를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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