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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은의 공부장 Nov 09. 2022

'그랬구나' '그러려니'

불편함을 사소하게 넘기는 두 가지 마인드

제가 대학생이 되어서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또래 친구가 아닌 부모님께 자주 저의 고민을 들고 가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그 친구는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해” 하며, 의연한 태도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신기하게 엄마의 그런 의연함을 보면서 제가 겪은 고민이 엄청나게 저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었어요. 그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죠.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한 통의 문자가 옵니다.


“고민이 있을 때 엄마에게 와주어 고맙구나” 라고 말이에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들


우리는 누군가와 싸워서 매번 말싸움에 이기는 사람을 두고 ‘대단하고 멋지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움을 품을 수 있을 만큼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릇이 크다’ 또는 소위 ‘멘탈이 강하다’라고 표현하게 되죠.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됐을 때, 기분 ‘나쁨’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큰 문제인 것 같이 느껴지는 일을 사소하게 넘길 힘이 생긴다면 상처와 공격으로부터 꽤 의연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갓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에서 학부모님들을 응대하는 일을 할 때 아주 깐깐하고, 까칠하며, 차갑다는 소문에 원장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학부모님들께 그렇게 대할 수 있냐며, 보이지 않는 곳에선 그렇게 행동했냐며 말입니다.


학부모님들과 굉장히 사이가 좋았고 관계가 평화로웠던 저는 꽤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셨을 테니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고만 말하게 됐었죠. 원장님 말씀을 가만히 듣고 있을 때는 속상한 마음에 귀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체 내가 언제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다는 걸까?’ 

‘어떤 학부모님께서 그렇게 얘기하신 걸까…’ 


계속 떠올려봐도 "그때구나" 싶은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에게 이야기했죠.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너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모습이 나왔을 수 있지.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만나면 어렵더라도 자신에게 대입해보는 연습을 해봐. 그게 너를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다음부터는 학부모님들이 뒤를 돌아도 웃고 있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넘겨~"


희한하게도 저는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래. 앞으론 학부모님들과 끝인사를 나누고 멀어질 때까지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어 보자!"


이런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어 나온 이야기고, 그 부분만 개선하면 충분히 다음 번엔 그런 일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 몇 달이 흐르고 난 뒤, 원장님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경쟁 학원에서 우리 학원이 너무 잘 되니 이간질을 한 거였어요.. 오해해서 너무 미안해요.. 라고 말입니다.


오해도 풀렸지만, 저는 인생에 필요한 교훈을 하나를 얻었습니다.


바로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을 당했을 때 상대를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내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는 자세가 내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주더라는 사실입니다.


상대가 하는 말에만 초점을 두고 생각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해서 올라오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안을 맴돌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을 전환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것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랬구나”와 “그러려니”를 말하고 싶습니다.


상대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에, 내 귀에 달콤하고 편안한 말들만 듣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나하나 다 반응하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죠.


"그랬구나-"하고, "그러려니-"해보세요.


누군가 조금 내 기분 상하게 해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이 들었구나’하며 그러려니 넘기는 것이죠.


이 훈련을 많이 안 해본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이 내 자존심을 버리는 일처럼 느껴지고, 내가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며 분하다는 생각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두 번 넘기다 보면, 화를 내고 싸우고 난 뒤의 감정보다 훨씬 더 마음의 평온함이 빨리 찾아지는 것을 느끼고 이 방법의 효과를 알게 될 것입니다.


"내가 굳이 하나하나 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냥 넘긴다고 내가 무시당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말이에요.


때론 낮은 자존감에 힘들 수 있어요


대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존심을 더 부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존감 낮은 사람의 세상에선 나를 지키는 방법이 상대보다 우위를 선점해야만 지킬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상대를 이기지 못하면 무시를 당하는 것이라고 느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맞서 싸우는 것보다 상대를 품을 때 더 크게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에게 분노를 느끼고 원망하게 되는 마음은 결국 내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분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크게 낙심하지 마세요. 자존감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며, 노력과 연습으로 부족한 자존감의 영역을 충분히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는 본인에게 충분히 있어야겠죠.


자존감을 올리는 훈련과 연습은 왜 해야 할까요?


낮은 자존감은 관계를 매우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나쁜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님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고, 내가 상한만큼 똑같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어 지기도 합니다.


이 마음 때문에 상대방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고, 계속해서 더 악화하는 대화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연인 사이에서 서로를 정말 힘들게 하는 일이 되죠.


싸움에서 이긴 들 어떠한 이로움이 있나요?


지킬 수 있는 건 아마 소중하지만 아주 작은 나의 자존심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겼다고 안도감을 느끼며 편안해질 나의 마음 정도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안도감은 안타깝게도 아주 짧게 왔다가 금방 사라지죠. 이기는 싸움만 계속하다 보면 관계는 악화할 것입니다. 악화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어쩌면 더 많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죠.


저에게도 어렵습니다. 


반론하고 싶고 내 주장이 옳다고 더 강하게 반박하고 싶은 마음들이 끊임없이 저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훈련에서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음 번 갈등에서, 또 다른 형태의 갈등에서 적용해보고, 실천해보고,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그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The desire to be important” 화가 난 상대에게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게 된 그 마음에 공감해주면 한 단계 상대의 경계가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를 품으면 딱딱했던 긴장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뾰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누그러지듯이 말입니다.


관계를 잘 다루기 위해선 인내가 많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갈등이 생기며 아픔도 따라오기도 하죠. 하지만 실패한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타인과 엮여서 살아가게 되니까요.  


누군가 내게 굉장히 기분 나쁜 말을 던졌을 때 “그러려니” 해보세요.

내가 크게 잘못하지 않은 것 같은데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그랬구나” 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내 것이 되면 생각 이상으로 평화로운 삶이 찾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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