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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Aug 25. 2018

흔한 이별 이야기

나의 서른, 어느 이별 이야기.

그랬다.


그날도 평범한 우리의 날처럼,

우리의 주말처럼,


너와 나는 냉면을 먹고,

냉면을 먹으며 싱거운 소리를 하고,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같이 너의 집에 들어왔다.



티비를 틀고 너가 포장해 온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나는 거실 소파에 혼자 쪼그려 기대앉아 책을 폈지만,

몇 분 동안이나 멍하게 그저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내 모습에 나조차 화들짝 놀라,

금방 일어나서 너의 집에 있는 나의 물건들을 둘러본다.

어느새 늘어난 내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아보았다.

그리고 짐을 싼다.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는 나를,

너는 그저 TV와 함께 모른 척하였고,


나는,

그렇게 내 할 일을,

그렇게 어차피 일어나게 될 일을,

그렇게 우리의 이별을 덤덤히 맞이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조금씩 서로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이 벗겨질 때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름'이라는 것이 서로를 찌르는 것을 서로가 모른 척 견뎌오다가,

가끔 그것이 대화로는 풀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때부터 이별을 준비하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좋고,

떠날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고 느껴지다가,

다시금 잊혔던 그 골이 우리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고쳐볼게,

변할게,

노력할게.

라는 말이 아무리 진심이더라도,

그것이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오게 된 그때부터,


나는 그때부터 이별을 생각하였던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가 보다.


이별이 슬프지만 견딜만하다는 것.

한 동안이나 끙끙 앓던 지난날과 다르게

아프지만 이 정도는 이제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왜냐하면,

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도 해야 하고 ,

내 마음을 추스르고 내 삶을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야 하니까.


가슴이 아프다고,

아픈 그대로 날 방치하기엔,

나는 당장 마주해야 하는 내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서로 너무 싫어서 헤어지진 않아도,

세상엔 그런 이별도 있다는 것을 이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미소 작가




그러다가도,


어느 한 날,



내가 다시 방 안에 혼자가 될 때,


나는 널 생각하겠지.





그리고 울겠지....




괜찮아,

너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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