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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Sep 19. 2018

어른이 되어보니

이주형 지음

어릴 때부터, 우리는 세뇌교육을 받는다.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나는 그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자랐다. 훌륭한 사람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한 삶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며 삶을 계획하였다. 내일이 있을 것 같이 잔뜩 계획을 세우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났었다.


각성제를 복용하면서까지, 하루에 두 시간 자는 것도 자책 스러워 하며 미친 듯이 공부를 했으며, 완벽한 식단을 위해 밥은 몇 숟갈, 반찬은 몇 그람. 저울을 이용하면서까지 모든 칼로리를 계산하며 식사하기도 했다. 만약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 한 조각을 하나 더 먹을 시에는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그 칼로리에 상응하는 운동을 했었다. 책은 물론 키대로, ㄱㄴㄷㄹ 순서를 맞춰가며 정리를 했으며,약속을 하고, 상대방이 일분이라도 늦으면 너무 화가 났다. 나를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에게 내가 내일 공부해야 할 양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니 이런 류의 문제를 내서 와주세요. 라고 도리어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스무 살에는 최연소로 법학과를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일찍 결혼을 하여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변호사를 하며 안정된 삶을 살 거라고 믿었다. 남편과 함께 전세계 코스타를 누비며, 꿈 많은 유학생들에게. 하나님 이렇게 믿으면, 잘 나갑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며 강연을 하는 내 자신을 꿈꿨다. '여러분,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해요.'라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삶은, 나의 열심과 노력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1년 단위로 정리 되어있었던 나의 인생 계획표는 무용지물로, 내가 계획한 삶은 사실 지금까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프고, 상처받고, 이대로 살아도 되나. 억지로 오늘 내일을 살아내며, 그렇게 살아온 매일을 서른이 되도록 마주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꿈이 좌절된 사람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 자체가 희대의 망언일 수 밖에 없다. 아니, 당장 오늘을 버티는 것이 힘든데 어떻게 꿈을 꿀 수가 있을까? 비전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사치스럽고, 다음 달 월세나 낼 수 있다면 다행인 청춘에게, "꿈을 크게 가져라."는 말은 망상 과도 같은 말이니 말이다.


예전 우리 선배(a.k.a.꼰대)들은 "노오력"을 삶의 전부인 마냥 들이내밀지만, 그 것은 마치, 크게 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와중에, "How are you?" 라고 묻는 구조 대원에게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되묻는 것과 같다. 실려가는 동안에는, 그저 아프다고 신음하면 된다. 꼭 배운 대로 남의 안부를 묻는 것이 오히려 더 억지인 것이다.


"나 힘들어." 라는 말에, "힘내."라는 말이 공식처럼 따라붙지만, "힘을 내지 않으면 어때. 이리 와. 더 울어도 돼." 라는 말이 사실은 더 자연스러운 위로다. 그렇게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며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그 자체 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준다.


사람은,

단순하고 부족하 연약하고 유치하고 고통스런 낮은 자리를 견디며 성장한다. 우리가 말하는 일상을 살아내며 높은 것보다 주변을 살피며, 분명 어제보다 더 따뜻하고,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나이가 어릴 때는 안정감 있어 보이는 어른들을 보며 나도 나이가 들면 자연히 그리 단단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갈수록 마음이 더 말랑말랑해짐을 느낀다.’ 본문 中


나도 그렇다.


뭐든 이 악물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10대와 20대를 지나고, 나는 더욱 감성적이고, 더욱 눈물이 많아지고, 더욱 계획을 하지 않고, 더욱 외모를 꾸미지 않고, 더욱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억지로 노력한다고 해서 꼭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임을 알았다.


진짜 어른이란, 훌륭한 사람이란, 내게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싸워가는 것임을, 버텨가는 것임을,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닌, 쌓아가는 것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작가님의 10번째 책, ‘어른이 되어보니.’


사실,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나 힘에 겨웠다. 그 잔잔한 일상 속에 감춰진 마음을 치열하게 지켜 내가는 이 작가님의 한 순간이 너무나도 눈에 보여서. 그 마음이 너무나도 전해져서. 신음하는 당신에게, ‘넌 할 수 있어! 힘내!’ 억지 응원이 아닌, 잠잠코 당신의 곁을 함께 지켜주는 책이다.






미래가 되셨잖슴? 이라고 나에게 되묻는 나의 15살 제자. 그러나 서른이 되어도, 나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하다.



오늘 하루를 또 선물로 받았으니, 열심히 살아보자! 진정한 꿈은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된다. -본문 中



Ps.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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