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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의 실전 연애와 결혼
어차피 딱 한 사람이면 됩니다.
타이밍이라는 것
by
스더언니
Ma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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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2년,
늘 어디로 가야만 했던 나였는데.
2년이라니. 최장 기록이다.
18년의 떠돌이 생활을 하였던 나에게 '한국'은 늘 힘든 광야와도
같았다. 늘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 전, 단순 경유하는 땅.
나에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이어도, 늘 한국이 낯설었다.
그런 땅에서 무려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
나에게 '집'을 물어볼 때엔 늘 상해라고 대답했는데, 이제는 한국이 내 집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미혼 여성일 때, 먼저 결혼을 한 언니들에게 자주 물었던 질문이 있었다.
"비법이 뭐예요?"
참 신기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겐 너무나 힘들었던 그것.
내가 아무리, 아무리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라더라도, 매번 그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무너져야 했던 많은 나날을 보낼 때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힘들지 않게 결혼을 한 유부 선배들을 볼 때면,
그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고, 특별하게 보였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
"언니 남편 너무 좋아 보여. 너무 진국이라 보면 볼수록 부러워. 저런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답은 너무나 싱겁고 식상한 것이었다.
쟁취도 아니었고,
노력도 아니었고,
밀당도 아니었고,
다만 '타이밍'이라는 것이었다.
먼저 결혼하였던 언니들이 아무렇지 않게 뱉었던
"타이밍이 맞았어."
라는 대답은 틀리지 않았었다.
나에게 있어 타이밍이란 이런 것이었다.
아프고 또 아프고, 바라고 또 바라였던 그 기대가 철저하게 무너짐을 반복하다 보면, 원래 가졌던 모든 환상과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무너짐과 갱신할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처음엔 '이래야만 해.'라고 정의했던 외모에 대한 기준이 무너지고, 그다음엔 '알콩달콩'이라는 환상, '나를 공주처럼 대접' 해주는 환상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남자일 경우에는,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잘 이해해주는 여자' 이겠죠.)
별처럼 많은 거절을 받으며,
'나 여기가 아파요.'라는 말을 하기조차 버거워진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
이 세상 모든
남자와 혹은 여자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결국은 어차피 딱 한 사람만 만나면 된다.
무너짐을 반복하다 보면, 단순히 머리로 정의 내린 기준이 아닌, 점점 더 가슴으로 원하는 기준이 생기게 된다.
이 기준이 비록 추상적이고 아득해 보일지는 몰라도, 많은 무너짐을 반복한 사람일수록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깜깜한 곳일수록 작은 빛은 더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
수많은 거절을 받고 나서야,
더러운 똥을 많이 밟고 나서야,
진흙 속의 진주가 너무나 잘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세상 어디에도 내 마음을 만져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다.
5년 전의 나였다면, 혹은 3년 전의 나였다면 몰랐을 것이다.
나에게 타이밍이란,
'이 사람이 이렇게 해줘서'가 아니었다.
서로의 환경이 받쳐줘서가 아니었다.
그저 이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할 수 있는 내가 되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이 찾아왔다.
알콩 달콩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포기했던 모든 기준,
그러니까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모든 기준이 나에게는 권리가 아닌 감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설거지를 해주는 것,
사소한 약속을 늘 지키는 것,
단순히 이해가 아닌, 나의 모든 일상을 같이 공유하고 울고 웃는 것.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토록 아프게 바라고 바라왔던 순간들이기에, 더욱 감격스러운 것이다.
늘 상처 받지 않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는데, 상처 받지 않는 것을 넘어서 아주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한국을 '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사람이라는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고, 이 사람의 세상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이 행복이 영원히 가게 해주세요.'라는 행복에 초점을 맞춘 기도가 아닌,
그저 지난날 내가 겪었던 아픔과 간절함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결국 성숙한 타이밍이란,
상대방이 아닌,
'나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변하는 것보다,
내가 이 마음을 잃는 것이 더욱
두렵다.
Ps. 딱 한 사람이면 됩니다. 그렇게 오래 찾아 헤맸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거고,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겠죠. 그래서 더욱 감사를 잃지 않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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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저자
인도, 프랑스, 중국. 18년 떠돌이 스더의 지구 생생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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