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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Jul 02. 2020

스토리텔링

Feat. Esther


A 여자 이야기


이 여자 사람은 연대 작곡과의 진학을 꿈꾸던 목동의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한글을 떼기 전부터 TV에 나오는 어떤 만화영화 주제곡도 피아노로 바로 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해요.


그러다가 가족과 이민을 가게 된 후로 18년의 해외 생활을 하게 됩니다.

공부를 꽤 잘해서 최연소 수석으로 16살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최연소로 중국 명문대 법학과에 진학하였죠.

그리고 정말 들어가기 힘들다는 프랑스 그랑제꼴 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것도 외국인으로는 전례 없는 인도- 프랑스의 복수 학위로요.

아직까지도 외국인으로 이와 같은 학위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해요.

 

중국어와 영어는 기본으로 쏼라쏼라, 졸업을 하기 전부터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습니다.

힌디도, 불어도 할 줄 알아서 거래처와 협상을 할 때에도 네고시에이션에 탁월했어요.



원래 꿈이었던 음악은 취미로 하게 되었으나, 유명 가수 콘서트나 음반 작업의 세션을 맡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고요. 취미가 음악 말고도 왜 이렇게 많은지, 천연 비누도 만들고, 요리도 꽤 하고, 텃밭도 가꾸고, 글도 쓰고.



그렇지만 또 무언가 아쉬워서 중국에서 미술경영을 석사로 전공하게 되는데, 1등 장학생이 될 만큼 성적도 좋고, 이 여자 사람의 주체 못 할 끼를 눈여겨본 학교에서 모델 제의를 먼저 해올만큼, 외모도 못나지 않았다 해요.


그리고 얼떨결에 중국의 10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예능 프로그램의 유일한 한국인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되어요. 놀아본 한국 언니로서 이성에 대한 생각을 토론하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우연하게 세미나에서 만난 어떤 할아버지가 놀라운 제의를 하시는데, 영화배우 오디션에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갔던 오디션에 갔던 이 여자 사람은, 즉석으로 대본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연기를 하는데, 이 할아버지가 극찬을 하셨어요.


이 할아버지는 모건 프리먼, 멜 깁슨 등 할리우드의 내놓으라 하는 모든 배우들과 같이 일하셨던.. 나비 효과를 연출하셨던 감독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토록 만나고 싶다던 이상형인 다정한 남자를 만나 매일매일 따끈따끈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여자 사람 인생 어떠세요?

   


 

 

    



B 여자 이야기


이 여자 사람의 인생은 어쩜 이리도 기구한지 몰라요.


14살 소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인하여,

다니던 학교도, 정든 친구들도 멀리하고, 원래 꿈꾸던 '예고' 입학도 포기하고.. 

그렇게 울며 한국을 떠납니다.


한국에서는 학교라도 매일 갈 수 있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가 있으면 학교를 다니고, 학비가 없으면 학교를 다녔어요. 학비가 없어서 검정고시를 보았고, 또 돈이 없어서 대학 중퇴를 합니다.



미성년자였던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보지 않은 알바가 없었어요.


새벽 4시 반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일을 나가야만 했고, 여의도나 강남의 높은 빌딩에서 무거운 사은품을 낑낑이고 다니며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일을 했을 때엔, 하루 종일 잡상인 취급당하여 쫓겨나기도 많이 쫓겨났어요.



자꾸 어린 소녀를 만지려는 변태 아저씨를 피해 도망 나와 건물 계단에 엉엉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건물 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엔, 온몸이 떨리게 울며, 제발 나도 환영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고요.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졌는지, 소녀에게 다시 기적처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그토록 원하던 프랑스에 가려고 했는데, 출국 세 시간 전에 집주인이 사기를 쳐서 당장 오갈 곳이 없는 상황을 맞이할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툴툴 털어내어 공부를 잘 마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여자 사람이 된 소녀에겐 결혼하자는 10년 지기 친구도 있었고,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사나 싶었는데..


갑자기 몸이 아팠대요. 어느 병원을 가도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몸에는 누구한테 맞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피멍이 올라왔어요. 멍울도 생겼고 염증이 온몸에 파충류처럼 돋아나서 침대에 누우면 시트가 피범벅이 되었었죠. 회사를 관두고, 몸의 회복을 기다리며 '그래,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을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소녀를 사랑한다던 그 남자가 있는 곳에서.. 그토록 좋아하는 상해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으나 그 남자는 결국 소녀를 버립니다.



죽고 싶은 나날을 견디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던 이 여자 사람은, 이대로, 제발 이대로만 평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싸드가 터져 매일 연락이 오던 에이전시가 갑자기 조용해졌어도, 다른 잔재주로도 씩씩하게 잘 살아냅니다. 괜찮다며 다독이며 지내던 이 여자 사람에게 어떤 유명 그룹 재벌 3세가 구애를 합니다.  



결혼을 하자던 그 재벌 3세가 이름 빼고 학력, 직업, 배경, 가족..

정말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가짜라고 합니다.



아니, 말이 돼? 게다가, 그 사람이 이 여자 사람을 협박합니다.


"네가 공안을 부르던 말던. 니 생명은 네가 알아서 챙겨라. 그러나 나는 너를 당장, 반드시 죽이겠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릅니다.


여자 사람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며 당장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 오게 됩니다.




늘 죽고 싶은 생각을 하였으나,

아, 내가 꼭 효도는 하고 죽어야지. 엄마, 조금만 참아줘..



그렇게 이 여자 사람은 그 마음을 품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가끔 악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엉엉 우는 것을 지켜보는 여자의 가족들 역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악몽을 함께 이겨내며 살아냅니다.





이 여자의 삶, 어때 보이시나요?



  




어쩌면 나의 브런치에서 이미 어떤 형태로던 써왔던 나의 이야기.


찬란한 A도 나,

초라한 B도 나.


이렇게 A와 B를 구분해서 써놓고 나니..

참 내가 써놓고도.. 어쩜 이 모든 이야기가 정말 내 이야기가 맞다는 것이 너무나 아프다.



우리의 인생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계획한 대로,

내 마음대로 다 되는 살아가는 삶,

나를 싫어하고 무시하는 사람이 없는 그런 직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있는 삶.

돈도 마음껏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갈 수 있는, 그런 여유와 힘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A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런 삶을 가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도 삶을 계획할 때 골짜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늘 희망과 기쁨만 가득할 뿐이다.



누구도 결혼할 때 이혼을 계획하지 않는다. 결혼을 계획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더러운 사기꾼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며, 더 높이 올라가려 할 때 암에 걸렸다는 것을 통보받게 된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잘하고 싶은데,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업이 더 힘겨워졌다.



참으로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의 능력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모든 계획 안에는 애초에 거절과 좌절감과 버림받음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 될 때 당황하고 힘들어한다.







'스더 씨는 참 밝아서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네요.'


사람들은 늘 밝은 나를 기대하고 A를 기대한다.


마냥 웃는 나의 얼굴 뒤에,

사실은 얼마나 개고생을 하며 B의 인생을 살아냈는지는 잘 모른다.

사실은 무시무시하게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삶이 너무 힘겨울 때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하게 느껴져 틈틈이 유서를 쓰기까지 했었던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잘 모를 것이다.


그렇게 인생 B를 억지로 살아내며 실패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사랑도,

미움도,

걱정도,

한 때의 두려움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된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밖에 있는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통과할수록, B의 하루를 지내는 동안에도 A의 삶을 찾는다.

고통 속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그것이 나에게 눈물의 시간이 허락되었던 이유였다.




나는 결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무시로 무너진다.


다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억지로라도 외치며 살아내었듯이,


어떤 매일이 와도,

오늘도 이미 감사한 하루를, 내일도 미리 감사한 하루를 살아낼 거다.


이미 행복하기로 작정했으니까.

꼭 누군가에게 꿈이 되어주기로 작정했으니까.

내일도 '더욱 사랑'이 나의 꿈이니까.





(이제는 그런데,, 사실 B는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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