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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의 어느 싱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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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더언니
Sep 16. 2019
서른셋, 싱글을 접다
엄청난 글래머로 인기가 높았던 호주의 한 여배우가
결혼을
하고 나서 토크쇼에 출연했다.
사회자는 여배우에게 솔직한 질문으로
"당신의 그 몸매, 엄청난 가슴에 반해 접근하는 남자들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어떻게 이 남자라는 걸 알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배우는 대담하게도
사회자에게 손을 뻗어 눈을 가린 뒤 물었다.
"내 눈이 무슨 색이죠?" 사회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물론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여배우는 "초록색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배우는 덧붙였다.
"
다른 사람들이 제 가슴만 보고 있을 때,
지금 남편이 그 질문에 대답했던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나는 물론 올리비아 핫세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저 말을 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상처가 보인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녀의 고독 말이다.
18년의 해외생활, 누구는 참 부럽다고 말한다.
한껏 화려해 보이는 해외 생활 속에서,
가족도 없이 무식하게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들과,
바빠 보이는 나의 하루 끝에는 늘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싱글을 거쳐오며 많은 남자들이 내가 좋다고 그토록 쫓아다녔으나,
그중 어떤 사람도 나의 글을 읽은 사람은 없었으며,
내가 바라는 꽃 한 송이를 사준 적이 없다.
그들은 뜨거웠지만 이내 식었으며,
그들은 사랑한다고 하였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방식대로만
사랑하였다.
늘 "
이 사람이면 참 좋겠다."라는 간절함으로 연애를 이어왔지만,
사소한 거짓말이 쌓여가고, 하루 끝자락이 되도록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며 연락을 구걸하게 되고, 점점 거칠어져 가는 말투가 정도를 지나쳐 물건을 집어던지게 되는 상황을 참고 또 받아주며
,
나는
어느샌가 늘 을의 연애를 하였다.
외로움을 억지로 감추려 할 때도 있었고, 잊으려 할 때도 있었다.
정말 그렇게 잊게 되어 혼자가 익숙할 때가 있었고,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서른셋.
나는 이제 외로움을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 고통스러울 바엔, 차라리 외로움이 편했다.
그래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그저 제대로 된 -상식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에도 따뜻함이 묻어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거짓말하지 않고,
무례하지 않으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
잘못을 해도, 잘못을 인지하는 사람.
그래서 더욱 조심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만났다.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해주는 사람.
화려해 보이는 나의 인생 뒤에 숨겨진 많은 외로움을 같이 울어주는 사람.
내가 전날 악몽을 꿔서 기분이 축 처져 있으면 마카롱을 사다 주는 사람.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나만큼이나 아껴주는 사람.
그래서 지금 이 글이 아마 이 매거진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싱글 일기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서 바라보는 세상이 더 많을 테니.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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