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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때

그 타이밍이 도대체 뭐냐고

by 스더언니

스더가 생각하는 올바른 결혼의 타이밍 :



1. 이 사람이 아니면 죽겠다는 생각 × :

많은 분들이 이 감정을 결혼의 때라고 착각하시는데, 제 사견으로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는 올바른 결혼의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죽겠다'라는 감정적인 요인보다, 이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편하게 느껴지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남자분 같은 경우, 여자분이 엄청옴청 예뻐서 내가 죽자살자 쫓아다녀 결국 사귀게 되었는데.. 막상 서로 가만히 말을 안 하면 어색해 죽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 있죠?

밥 먹었니. 뭐 하니. 이런 일상적인 소통을 넘지 못하는 사람보다..
같이 있으면 공기마저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좋아요.

서로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람이요.

결혼이란, 나의 하루를 투명하게 다 보여주는 것이고, 나의 모든 공간을 함께 나눠 쓰는 것이에요.

사랑한다는 감정으로 처음에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사랑의 시작을 위한 불씨와도 같답니다. 사랑의 불은 둘의 편안한 대화, 서로의 신뢰에서 나오는 애정 어린 시선과 배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


이 사람이라면. 결혼 ok!




2. 내가 평생 책임지고 싶은 남자/여자 :

(저의 예전 글에도 공개된) 부끄러운 과거이지만, 저도 결혼 이전에 만났던 사람이 있었어요.


10년 친구였고.. 그 친구의 프러포즈로 결혼 약속을 한 적이 있었죠.


이 정도면 예상이 되는 친구였고, 저의 친구가 그 사람의 친구였고, 그 사람의 친구가 저의 친구였을 만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저는 대기업을 다니며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 제가 몸이 아프게 되고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랬더니 이 친구가 결혼 날짜를 네 번이나 미루더라고요. 후우.. 아무튼 이유를 나중에야 듣게 되었는데.. 제가 일을 하면(=돈을 벌면) 다시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정말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 결혼은 그냥 '잘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한참 뒤, 제가 몸이 건강해지고 여러 활동을 하며 저답게. 잘 지내며 잘 나가는 것을 봤나 봐요.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쌍욕 날림^^)



결혼이란, 확신만 가지고. 예상이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

어떤 환경과 고난이 닥쳐도 함께 걸어 나갈 의지.
서로를 책임지며 동반자로, 팀으로 헤쳐나가야 할 의지를 '나 혼자만'이 아닌 상대도, 나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간이 흘러, 8년 뒤 저는 제가 꿈꾸던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저의 결혼식 모습이에요.

왜 이 남자와 결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제가 이 남자를 책임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엄청 크게 소리쳤는데..
하객분들이 다 웃으시더라고요...

진짠뎁ㅠㅠ


저는 제 꿈이, 이 남자를 호강시켜주는 것이에요.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사랑해주는 이 남자에게 매일이 고마워서 자다가 눈을 떠서 뜬금없이 고맙다고 말합니다.

남편과 함께 직장에 다닐 때엔 로즈데이에 몰래 저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사다 주고 그랬는데..
이번 연도에는 저희가 사업을 시작하며 형편이 예전과 같지는 않아요.

제가 설거지를 하는데, 잠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는 사람이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오면서..

"미안해, 한 송이밖에 못 가져왔어."라고 말하는데..

저 정말 울컥......ㅠㅠ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부유하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을 주는 것.
서로를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을 이런 식으로 작게 작게 표현해 나가는 것.





3. 나의 지난날을 흠으로 보지 않고 상처로 보는 사람. :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어요. 그것이 작을 수도. 평범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스토리는 오늘의 나를 만듭니다.

저는 18년의 해외 생활로 늘 외로움을 친구로 두며 살았어요.

생일에 누가 저를 챙겨주지도 않고.. (부모님도 제 생일을 모르심;;;) 아플 때엔 응급실에 혼자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괜찮아질 때까지 낑낑거리며 침대에 뒹굴거리며 고양이 얼굴 보며 이 악물고 참았던 나날들이 있었어요.


위험한 일을 당할 때도 있었고, 공허한 날들을 끊임없이 잘 마주하기 위해 술에도 빠져보고.. 연애에도 빠져보고..

그렇게 실수를 거듭하며 자라온 오늘의 제가 되었어요.


'유학 다녀온 여자는 만나는 거 아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런데, 남편은 저의 치열했던 지난날들을 듣고.. 가만히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아팠던 모든 날들을 흠으로 보지 않고 상처로 봐주고 안아주었어요.

지금도 지난날의 트라우마로 악몽을 꿔서 벌떡 일어나 흐느껴 울면, 제가 잠들 때까지 저를 안고 토닥토닥... 그리고 잠에서 깰 때면 던킨도너츠를 사주며, '마! 니 강알리 등킨 도나쓰 무봤나?! 라고 가져옵니다.


나의 과거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나세요.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습니다.

저의 예전 남자 친구는 세계 도처에 집이 있고 전세기가 있을 만큼 부유했지만, 술에 취해 저에게 전화를 하며 "내 인생 왜 이럴까.."라며 흐느껴 울었어요.

저 같은 경우, 결혼을 준비하며 내가 예뻐 보이는 것, 드레스, 꽃.. 그런 모든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결혼식 후 이 남자와 이렇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결혼의 본질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결혼할 때입니다:)




+ 덧 :

흔히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합니다.

결혼도 때가 있다고 합니다.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환경을 갖추게 되었을 때. 나의 옆을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을 '타이밍'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타이밍을 유독 간절하게 기다렸던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누가 내 짝이 될까 궁금했고,

(마냥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기에) 결혼이라는 것이, 내가 꿈꾸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저의 꿈이었고.. 그 타이밍을 억지로라도 움켜쥐어보고 싶었지만,


사람의 연이란.. 정말 억지 노력만으로는 이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토록 기다렸던 이 사람.


단 하나의 내 사랑.


저는 지금도, 앞으로도.. 이 꿈을, 이 사랑을 매일 지켜나가고 싶어요.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쓴 글'보다는 좋은 글 남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뭐든 척척 알지는 못하지만.. 연애나 결혼 이외에도 궁금하신 주제가 있으셔서 댓글로 남겨주시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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