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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Oct 04. 2021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해서

남편을 만나기 전, 내가 했던 연애에는 모두 유통기한이 있었다.



보통은 1년 반, 최장 2년.



참고, 또 참다가..(아닌 것을 알면서도 질질 끌다가)


늘 엉망진창이 되어서.



그야말로 '정이 털려 끝난' 경우가 많았었다.









나는 주로 차이는 쪽이었다.



중대한 결격사유(분노조절장애, 일부다처제를 지향하는 혹은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가 아닌 이상,

내가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든지..

내가 아파서 돈을 못 번다는 이유 로라던지..

혹은 그냥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


연락두절 잠수.. 등.


참 많은 사유들로 폐기 처분되었던 나의 연애.




그런데 그렇게 끝날 때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왜 나는 오랜 연애를 지속할 수 없을까?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또 그렇게 2년 안에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두려움.


나도 모르게 그런 징크스가 생겼다.







사람과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항상 똑같다.



그냥, 이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이 사람만이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이어나가는 것이 사랑인데,

많은 경우 이 감사함이 어느 순간 권리가 되어버리고 끈을 놓아버리게 되면 연애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은 한계를 느끼며 블랙홀과 같이 점점 더 심한 것을 요구한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 라이팅'의 정의는 아마 여기서부터 출발했겠지.








그 모든 순간들을 지나, 지금 나의 짝을 만난 지 3년이 넘었다.



결혼기념일은 2년이 지났다.



'2년이 지나면 어떡하지...'라는 조바심을 느낄 새도 없이,


열심히 사랑 중이고, 지금도 매일 따뜻하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내가 가졌던 징크스와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한 두려움을 이 사람으로 인해 이겨내었음에 감사하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도 함께 생겼다.





감정은 지나간다.


그러나 사람은 남는다.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평생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아니어도 되니까.


꼭, 나만의 단 한 사람만 만나면 됩니다.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을 하시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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