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판 섹스엔더시티
어느 덧 앞에 숫자가 빼도 박도 못하는 '3' 서른이지만, 여전히 나는, 20대와 같이 상해에서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고 물끄러미 플라타너스가 가득한 거리를 지나고 있었을 때였나. 좀 더 정확히 코너를 돌 때였던 것 같다.
그렇게 불현 듯,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일상의 순간들과 감정들을 한 번 쯤은 써보고 싶었던 소설, 그러나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만큼의 경계.
그렇게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뿐만 아니라 주인공 나, 스더 조차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그렇게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그냥,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
비록 아프더라도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내가 매일 마주하는 상해를 이런식으로라도 더욱 사랑하고 싶어서.
등장인물 :
나: 서른 살 대학원생. 어릴 때부터 이 나라 저 나라를 혼자 떠돌며 자라서 씩씩하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외국에서 경영을 공부하였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체질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28살에 상해에서 도피 공부를 결심한다. 말은 미대생이지만, 사실은 그림보다 어릴 때부터 야매로 익힌 피아노와 더 친하고, 과외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다.
민영: 서른 살, 대기업 과장. 내 앞에서는 담배를 피지만, 항상 로션과 치약을 지니고 다닐 만큼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조신’까지는 아니지만, 털털하고 성격 좋은 여자로 안다. 키 170, 섹시한 몸매에 얼굴까지 예쁜 미녀 중에 미녀. 남자한테 호되게 당한 뒤로는 사랑을 감정의 소모라 생각함.
혜리: 29살. 빠른 년생이라 나와 민영과 친구로 지낸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방랑자다. 나와는 바에서 만나게 됨. 팔랑 귀, 세상 착함. 바보, 그러나 감성은 누구보다도 순수.
효영: 스물 일곱. 우리의 막내. 평범하지만 대담한 직장인. 평범하게 연애를 하는 것 같고,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의외로 말술에, 언니들 노는 자리에 절대 빠지지 않고 늘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