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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Apr 07. 2018

사랑에 대하여 2

삼손 이야기

삼손과 들릴라


나는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슴 아픈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성경에 나오는 삼손과 들릴라의 이야기를 보며 그저 호구같은 삼손을 책망하며 그런 삼손을 꼬신 꽃뱀 들릴라를 욕한다.


삼손은 자신의 힘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에 대한 비밀을 끊임없이 집요하게 묻는 들릴라를 떠나지 못한다.



이 여자가 나를 원하는 것이 아닌 돈을 원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를 계속 떠나지 못한다.




왜?

....사랑하니까....



천하의 미련하고 바보같은 사랑.
삼손은 스스로 호구가 되길 작정한다.

사랑은 제 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삼손이 제 정신이었더라면,
"으아니, 이 년이!!!"  하고 떠났겠지...

삼손이 죽음이 올 줄 알면서도 그토록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렇게 비밀을 알려주어서 죽기까지 하면... 들릴라가 언젠가 한 번은 날 생각해주지 않을까.. 그래도 내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내가 죽어서 받은 그 돈을 쓰면서 한 번은... 
그래, 이 돈은 삼손이 나에게 준 돈이지.. 하고 이름이라도 한 번은 떠올리지 않을까..
들릴라.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건 사랑인데...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당신은 돈을 원하니..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돈으로 인해 행복하다면...
당신만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죽임을 당하는 것도 나는 괜찮아... 

내가 떠나더라도...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삼손이 맷돌을 돌리면서도.. 어쩌면 들릴라가 옆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그 수치를 다 견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랑..
어리석은 사랑...


#
'당신은 그런 바보같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네, 나는 해봤어요.'


내 전부를 다 주어도.
정말 내 목숨을 다해서라도.. 
제발 이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라고 꿈 속에서도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겠다고 떠나도... 그래도 괜찮으니까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울면서 보내는 그 마음...


상대가 그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그가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는 상관이 없다.


다른 모든 이유가 사랑 앞에서는 무너지니까.

마음이 찢어지는 사랑... 

네, 저는 해봤어요.





#
다는 아니지만.. 나는 이런 삼손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는 연애할 때 밀당을 워낙 못해서 곰이 되는지라.. 마음을 열면 뭐든지 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매력이 없어져서 그런지 늘 버림 받기 일쑤ㅎㅎ



돈을 못번다고 날 떠나도..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고 날 떠나도..
그래, 날 떠나서 행복하다면..하고..
잘가..하고 눈물만 흘리지..
에잇 이놈. 하고 욕도 한 번 못하고 바보같이 마음을 찢는 바보같은 나란뇨자ㅎㅎ




#
그런 마음 찢김과 아픔을 통해...

나는 다음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나는,


이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그런 힘이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이젠 그런 '내' 가 하는 사랑, 내 힘으로 하던 사랑 말고.


진짜 사랑...



사랑은 오래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픔까지도 감싸는 그런 사랑.

내 멋대로 움직이는 감정따라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그런 믿음이 기반된 사랑이 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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