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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Apr 26. 2018

아무리 계획을 한들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인생

"삶" 이라는 것에 있어서 내가 발견한 몇 가지 사실이란.



나의 인생에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이 악물고 열심히, 혹은 너무나 간절한 모든 것들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를 하여도, 학비가 없으면 학교를 못다니게 된다는 경험이라던지.

예고에 들어가 음악을 하고 싶었어도, 갑자기 이민을 가야한다던지.

그렇게나 간절했던 프랑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출국 세 시간 전 사기를 당해 당장 오갈 곳 없이 없는 상황이라던지.

10년이란 시간을 알았어도 결혼을 앞두고 내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본다던지.

아무리 이력서를 내고 자소서를 고치고 또 고쳐도 취업이 안되어 편의점에서 알바라도 하려고 하면 어제 사람이 다 찼다고 하기도 하고.

모아둔 돈이 사고를 당해 이가 통째로 뽑혀 한 번에 홀라당 날아가버리게 된다던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모든 것이 예상되는 나의 나와바리 상해에서 쭉 언제까지나 살줄 알았지만,


이번엔 정말 결혼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사랑한다고, 빨리 결혼 하자던 남자에게 쫓겨 갑자기 한국에 오게되었다.






악착같이 버텨내었던 사람과 일들은 나에게 병을 주었고,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것들은 오히려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참 이상한 것은.


지금 내가 누리는 생활의 사소한 모든 것들은 별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도 얻은 것들이 많다.


건반을 집에 들여놓을 형편이 되지 않아, 피아노가 집에 없었던 나날들이 내 삶에 더 많았지만. 그리하여 제대로 배우지 못나는 악보를 볼줄도 모르지만,

음악은 나의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또 다른 언어가 되었으며,

결국 입학한 대학에는 등록마감 2분 전에 등록금을 납부하기도 하며, 하필 내가 선택한 학과에선 최초로 유일하게 복수학위를 지원하여, 나도 입학할 땐 상상도 못했던 프랑스에서 학위를 따내었다.

영어를 정식으로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나는 이 것으로 대충 먹고 살만하며,

어쩌다 들어온 대학원에서는 공부는 잘 안하고 학교 생활을 그저 즐겼을 뿐인데 1등 장학생이 떡하니 되기도 하였다.

이력서나 자소서를 꼼꼼하게 검토하지도 않고 제출하고, 분명 면접을 개떡같이 봤는데도 나를 채용해주시는 사장님이 계시기도 하다.


내가 노력해서,

잘나서가 아닌,


단순히 즐김으로써 나오는 성과들.



나의 계획보다,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이 모든 삶의 조각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주었고.



나는,


그래서 열심히 계획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잠깐 머물 집을 구하고 있다.


많은 집을 알아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고, 간혹 있다 하였어도, 보러 가는 도중에 계약이 완되었다던지, 구두 계약을 하고는 저녁에 집에가서 계약금을 송금하려하자 집주인이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악착같이 집을 알아보고, 계약금까지 다 걸어놓고 "이제 됐다." 안도를 하며,

당장 다음 주 입주 날짜까지 받아놨는데, 집 주인에게 갑자기 사정이 생겨 계약금을 돌려준다고 한다.




이런 절망적인 순간을 위로해주는 친구.



그래,


그 집에 불이날지 어떻게 알아.



당장 오갈데 없어지는 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며 처지이지만.


나는, 이번에도 그렇듯이 아무렇지 않다.






잘 되겠지.


머,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 내게 주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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