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더언니 Jun 23. 2018

'논다'라는 것의 정의

'놀아본 언니', 그게 왜?

솔까,

나는 '잘 논다'라는 소리를 참 많이도 들었다.


그래, 난 참 잘 논다.

그리고 '논다'라는 것에 둘째가라면 무지 서운하다.




그런데, '잘논다' 라는 정의를, 한국 사람들-특히 남자들-은 참 왜곡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면.

회사를 다닐 때, 나는 그 지역 한인 커뮤니티의 유일한 여자였고, 유일한 아가씨였는데.


의전은 거의 나의 담당이었으며,

회식 때 섹시댄스를 요구하는 상사도 있었으며,

따지고보면 나이는 큰오빠 뻘이라며, '오빠'라고 부르라며 능글거리는 부장도 있었다. ㅅㅂ.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 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정말이지, 이 노래 가사처럼.


그들에게 '잘 논다'는 '쉬워보인다' 혹은 '찔러봐도 된다'와 동급인 그 특유의 시선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으며 나를 존트 빡치게 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한국 사람이지만, 이런 문화를 극도로 싫어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한국 아저씨들...


참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홍췐루에서 술이 올라 종업원들을 아무렇게나 대하고 성추행 비슷한 짓을 하는 모습을 본 뒤로는, 더더욱이나 홍췐루에 가기 싫어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내가 속한 대부분의 그룹은 외국인들로 구성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으로 지낸지 몇 년이 지나도, 학교에서도 그 수 많은 한국 유학생들 중, 알고 지내는 한국인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은 나를 교포 정도로 알고 있다.



그 밖의 커뮤니티.


교회라던지, 동아리라던지, 기타 등등. 외국 친구들도 늘 나에게 '넌 정말 내가 아는 한국인 같지가 않아.' 라는 말을 하는데, '그럼 너가 아는 한국인은 어떤데?' 라고 반문하면,


1. 한국인끼리 붙어지내는 것.

2. 놀 때 미치지 않는 것.

3. 그런데 술은 겁나 잘 마시는 것.


으로 말한다.




'논다'는 것.


꼭 술이 전부가 아니다.

꼭 클럽에 가야 노는 것이 아니다.



'논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영원처럼 즐기고 누리는 것이다.


술이 없어도, 음악이 나오면 내 마음이, 내 몸이 누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먼저 반응하는 것이고,

누가 보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 그 것이 피아노이던, 글이던, 그림이던- 내 마음을 다 쏟을 수 있는 그런 솔직함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외롭다고 억지로 다른 그 무엇, 술이나 친구, 애인, 쇼핑으로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다면,


나는 , 그를 혹은 그녀를 '잘 노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나는 좀 놀아본 여자다.

나는 잘 노는 여자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참 좋다.



이런 나를 억지로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런 내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나, 지금 겁나 노는 중.

Ps. 더 이상 악플에 일일히 대응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만 너무나 많은 분들이 '노는 언니'에 대해 저랑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좀 놀아본 언니가, 악플쓰는 니들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