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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Apr 15. 2018

봄이 좋냐

#

어느 날, 꿈을 꿨다.


친구들과 반지를 맞추러가는 그런 꿈이었다.


반지를 세공하는 아저씨는 인도에서 온(하필 인도....) 소문난 장인이었고, 나 포함 내 친구들은 한껏 기대와 들뜬 마음으로 반지가 완성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한 명씩 각자의 반지를 찾았는데.

정말이지 장인답게 너무나 본인에게 꼭 맞는 그런 반지를 찾아가는 그 모습에 나도 더 큰 기대로 반지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반지가 완성이 되었을 때.



나는,


꿈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나에겐 맞지도 않은, 커다란 루비반지.


어느 손가락에 끼워보아도 나에겐 너무나 헐거웠던 그 반지.



그 뜻이 꿈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와서,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도 배개가 한참이나 젖어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참을 누워서 이불 속에서 엉엉 울었다.



남들에게는 쉬운데,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이 것.





#
봄이다.

씩씩하게 혼자 잘 살다가도.
혼자서 잘 사는 법에 대해서 한참을 끄적이고 그렇게나 당당한 싱글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실컷 끄적이다가도.

이맘 때쯤이면 어김없이 주변에 쏟아지는 결혼 소식에 한껏 축하를 해주지만, 사실 내 평생 있을지 모르는,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그 '결혼'이라는 단어 하나에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사실,
요즘, 더욱이나 그러하다.


내 주변에는 정말이지 멋있고 좋은, 참 많은 남자들이 널려있지만, 나는 그들이 내 짝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꿈에서 봤던 반지처럼 너무 헐겁거나,

혹은 조여오거나.

결국, 나랑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이들은 그저 가볍게 나를 찔러보는데,

나는,

그런 가벼운 '찌름'이라는 것에 이제는 함부로 설레기도 지쳤으며,

정말 오랜만에 '와 !' 하고 이 사람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렇게 곧 떠나갈 모든 가벼운 것들에 한껏 지쳐있는 중이다.



#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손수 빚어 만드신 후, 아담 앞으로 모든 생물들을 데리고 온다. 이름을 지으라고 하신다.

그 때 아담은 보았다.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의 짝이 있는데,
왜 나와 같은 종류의 생물은 없을까.

이름을 지으면서, '저 잡것들도 짝이 있는데. 나는 뭐지.' 하는 허탈감을 가졌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담이 '베필'의 필요성를 느꼈을 때, 하나님은 아담의 갈비뼈를 취하시고 하와를 만드신다.


흙으로 만든 둔탁한 아담과 달리,
갈비뼈는 날렵하며, 유일하게 팔의 보호를 받으며 심장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탄생이 되고, 아담은 기뻐 어쩔줄 몰라한다.


와, 하와야.
넌 정말 내 살과 뼈로 만들어진 나의, 단 하나의 사랑이야.


그러나 그 핑크빛 행복은 인류가 타락한 후 금방 사라지게 되었다.

아담은, '너 때문이야!!' 라고 하와를 정죄하게 되었고,
하와는, 그런 남편을 평생 목매어 사모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여자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평생 남자의 애정에 굶주리게 된다.





#
여자의 사명은 생명이다.

고통으로 아이를 낳고,
평생 인내하며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
희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데,
타락 이후, 여자는 그 생명의 근원을 다른 피조물로 채우는 것이다.

나는 사랑 받아야해. 라며 권리가 되고 결국 집착하게 되는데,

처음 남자와 여자가 같은 분량의 사랑을 하다가도, 여자의 이런 반응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 같은 경우, 금방 그녀를 떠나게 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아는 정석같은 논리이다.





#
남자 여자를 떠나서, 누구나 생명이 넘쳐보이는 사람을 찾는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는 주변에 늘 사람이 넘친다.


남자는 더더욱이나 그런 여자를 본능적으로 알아본다.


그러나 여자가 남자에게 목을 매는 순간,

그 빛은 변질이 된다.



생명이 되어주고,
집이 되어지고,
둔해빠진 남자가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버리고.


나만 바라봐,
넌 내꺼야.
내 말을 들어줘.

라는 마음이 생기면 그 때부터 여자 안에 마음의 지옥이 생기는 것이다.




#
핑크빛 설레임이 시작되기 전에.
봄이 시작되기 전에.
정말 나에게 맞는 봄인지.
서른 즈음, 점검하게 되는 것 같다.

봄이 정말 좋냐?


나에게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나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조심하고 살펴보게 된다.


과거 너무나 많은 상처에 만들어진 습관이다.

아니다 싶으면 더 감정에 취하기 전에,
기대했던 마음, 살짝이나마 흔들렸던 설레임을 다시 토해낸다.

피아노 앞에서 한참을 보낸다라던지,
밀린 집안일을 한다던지.
플룻을 후후 불어내며 감정을 내보낸다.
토해낼 때엔, 되도록이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고 설겆이가 되지 않은 그릇에 음식을 담지 않듯이, 우선 깨끗하게 비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교도 '마음 비우기'를 가르치지만.
나는 마음을 비운 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그릇같은 존재이므로, 절대 비울 수 없는 존재다.








#
뭐,
그렇게 다시 나를 찾고 채우고.

생명이 가득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오늘도 발버둥 치는 중, 나의 마음을 대신해 말해주는 노래.

봄이 좋냐.





망해랔ㅋㅋㅋㅋㅋㅋ 이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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