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카에서 웃고있는 사람들
어릴 적 오락실에 가면 늘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 앞에 서서
사람들은 버튼을 부서질 듯 두드렸다.
몸은 같이 움직이고
손은 점점 빨라지고
입에서는 어느새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결과는 늘 극단적이었다.
졌을 때는
버튼을 한 번 더 ‘쿵’ 내려쳤고,
이겼을 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웃고 있었다.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몰입했던 걸까.
놀이공원의 범퍼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일부러 방향을 틀어
서로를 들이받는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망설임 없이 부딪히고,
아는 사람끼리는
더 세게, 더 크게 웃으며 부딪힌다.
현실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충돌을 피한다.
괜히 말 꺼냈다 싶을 때도 있고,
괜히 부딪히지 않으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공간에서는
우리는 충돌을 더 격하게 만들어낸다.
어쩌면 우리는 충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충돌을 피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게임과 범퍼카 안의 충돌은 다르다.
규칙이 있고,
끝이 있고,
무엇보다 그 결과가
나 자신과 완전히 동일시되지 않는다.
이기고 져도
그건 그 순간의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 안에서의 충돌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한 동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요즘 어떤 게임을 하냐고.
그는 말했다.
“예전에는 싸우는 게임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런 거 안 해요.”
회사에서도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게임에서까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대신 그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만 성장하는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한다고 했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누군가는 충돌을 즐기고
누군가는 충돌을 피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충돌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충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충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현실에서도
이처럼 안전하고 선택 가능한 충돌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