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멈출 수 없는 이유

by 순수

어쩌고 작가 3명이 만나 하나의 주제를 갖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주제는 바로,

[더 사랑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더 = more or continue 뭐든)

사랑을 멈출 수 없던 경험이 있나요?]



<먼지> 당연히 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게 많은 금사빠 기질이 매우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매달 좋아하는 게 바뀌는 아주 다채로운 사람이죠.

이런 제가 2년 전부터 꾸준히 좋아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야구입니다.

야구를 사랑? 하냐고 묻는다면 애증의 관계라고 말할 거 같은데요.

야구는 그런 스포츠입니다. 사랑만으로는 절대 좋아할 수 없어요.

증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스포츠입니다.

겉멋야구로 야구를 얕게 좋아할 수 있지만, 한번 야구를 보기 시작하면 겉멋야구로 좋아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야구를 좋아하면서 이렇게까지 화를 많이 내도 되나? 싶어서 야구를 멀리해야겠어!!라고 결심해도 다음 날 저녁에 다시 야구를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야구는 더 좋아하면 안 될 거 같은데.. 하면서도 결국 그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요즘 프로야구의 붐이 찾아와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의식적으로 야구를 멀리하면서 내면의 평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구재>

“ 원래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순간, 모든 장면에서 그 상대방을 떠올리게 되어 있는 법이다. ”

- 브로콜리 펀치, 둥둥


브로콜리 펀치의 단편 「둥둥」은 주인공 목은탁이 아이돌 형규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그 사랑이 과하다는 걸,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더 나아가 다음 생에도 형규를 좋아하기로 한다.(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내 생각엔 그렇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최애가 떠올랐다. 난 항상 그 애를 나의 0순위로 두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사랑스러웠고, 그를 보면 행복했다.

그 애가 없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루 종일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었다. 이 사랑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난 은탁이만큼은 아니니까, 그 정도로 심하진 않으니까 하고 합리화했다.


필리핀에 갔을 때다. 바닷속에서 고래상어를 봤다. 고래상어를 보자마자 ‘멋있다, 예쁘다, 귀엽다’가 아니라 ‘걔가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그 애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나보다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 사랑이 과연 건강한 사랑일까? 건강한 사랑은 사랑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일대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나와 개인적으로 대화는커녕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좋다니. 멈추고 싶었다. 멈춰야 했다.


그리고 난 지금도 그 애가 좋다. 몇 년이 지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여전히 그 애가 좋다. <둥둥>을 읽으면서 은탁이를 손가락질했다. 저런 사랑이 과연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책 속에서는 은탁이의 사랑을 순고한 희생으로 표현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한 사람을 이렇게나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굳이 멈춰야 하나? 사랑은 그냥 사랑이지. 멈춰지지 않는 사랑이라면, 그냥 흘러 보내려고 한다.



<순수>

고민을 많이 했다.

바로 직전에도 지나친 나의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썼던 터라,

너무 많은 나의 과한 사랑들이 더 쉽게 떠올랐다.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 연예인에 대한 사랑, 그 외의 것들에 대한 사랑 ..


그중 가장 간단한 문제이지만

나를 앞으로도 오래 괴롭게 할 사랑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유를 참 사랑했다.

아직도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라테(이하 라떼)만 마셔왔고,

우유가 텁텁해서 싫다는 사람들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아했다.

소화가 종종 아니, 매번 잘 안 됐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우유를 탓해본 적 없으며

그냥 만성적으로 안 좋은 나의 위와 장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항상 카페 라떼를 마셔온 지 10년째.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거르고 라떼만 먹었는데도

소화가 되지 않아 이상히 여기던 나는

처음으로 유당불내증을 의심해 보았고,

몇 번의 자가테스트를 통해 확진을 내렸다.


한국인의 대부분에게 있다지만 ...........

나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때 이후로도

구역감과 실제 구토 증세를 견뎌가며 무리하게 마신 적도 많다.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는 것이 얼마나 맛있던가.

우유로 타먹는 코코아와 말차..

더 이상 나에게 맛있는 우유는 (오트밀 등을 제외한) 사랑해선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별할 순 없을 것이다.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내가 유당불내증이 없었다면,

먼지가 응원하는 야구팀도 매일 백전백승이었다면,

구재가 사랑하는 아이돌도 모든 면에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그런 존재였다면

우리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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