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덜 사랑하면 안 돼?

칼럼#4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 안그람 만화

by 순수

단편 중 <진지해지고 싶지 않은 혜지 씨>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도 분명 그런 모습이 있을 텐데.


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애정을 준다.

물론 그 애정이 아주 크고, 아주 오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사랑을 아주 조금 지나치게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아주 많다. 예전엔 생각이 많은 건 생각이 깊은 것이고

그럼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생각 많음'은 특히 연애할 때 몇십 배가 되는데,

관계(상대)에 대한 생각과 밀려오는 서운함을 참기가 어려웠다.


사랑은 많이 주기만 하면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해 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상대에게 끊임없이 서운하고 끊임없이 바라게 되는 사랑은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대의 작은 말에도 하루가 휘청거렸고,

안 좋아졌던 기분은 금방 나아지지를 않았다.

상대에게 고마운 것보다 서운한 것을 먼저 생각하기 바빴고,

심지어는 그것을 잘 숨기지도 못했다.

그러다 애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너의 인생에서 나의 크기를 아주 조금만 줄여보는 건 어때?


그 말이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나를 덜 사랑하면 안 돼?

로 다가왔다.


사랑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던 거 아닌가.

사랑을 덜 해달라는 말이 무슨 말일까.

나의 사랑이 부담스럽다는 말일까.

내가 잘하는 것이라고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뿐인데, 너의 사랑은 틀렸다고 말하는듯한 애인의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혜지 씨도 사람들 속에서 살지 않았다면,

그래서 '혜지 씨는 참 진지해'라고 말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아마 그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혜지 씨에게 그렇게 말한 사람들 모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어투로 그 말을 할 뿐

정확히 무엇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고민만을 안겨준 셈이다.


덜 사랑하는 것,

내 인생에서 그 사람의 크기를 줄이는 것.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순간의 나는 고민만을 넘겨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때로는 사람들의 말들에 할 가치도 없는 고민에 삶을 낭비하게 되기도 하지만

분명히 때로는

그 말들이 나의 발전의 시작이 되어주기도 한다.


애인이 나에게 던진 말.

감정적이던 나는 그 순간

자신을 좀 덜 사랑해 달라는 말로 이해했지만

사실 그 말은

애인인 자신보다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생각이 많은 내가 생각을 줄이고,

복잡한 내가 단순해지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모든 것의 우선은

삶의 중심은 나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사랑하면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들이 이별하는 상황에 나오는 대사 중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내 인생에 조연인 것 같아."

누군가를 사랑해서 내 인생에 들인다고 해도,

그래서 주인공이 두 명인 영화가 된다고 해도,

내가 엑스트라가 되어버려서는 안 되는 법.


사랑은 너무 복잡하고 특히 생각 많은 사람에게는 때로는 굉장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사랑을 주고받고 있는 상대를 사랑하기에,

나를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




모든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다.

나의 사랑도 그렇고

나의 많은 생각들도 그렇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 받는 평가와 조언들도

의미가 있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혜지 씨도 나도 스스로를 아끼며

또 사랑하며 건강하게 고민하다 보면

나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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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든 가볍든 방금 즐겁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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