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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Aug 08. 2018

유럽 각국의 맥주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영국맥주 

앞서 설명한 대로 영국은 에일의 나라입니다. 물론 대륙의 대표 맥주도 다 마실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왕 영국을 갔다면 역시 에일을 맛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영국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바로 Pub입니다. Public House의 준말로 공공장소, 만남의 장소 대략 이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왕 Pub을 찾아가려면 Real ale을 다루는 Cask Marque의 마크가 붙은 곳을 추천합니다. 이는 CAMRA가 인증하는 전통 Cask Ale을 다루는 집이란 뜻으로 CAMRA(Campaign for Real Ale)는 영국 전통 ale 맥주를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입니다.. 

리얼 에일은 알루미늄 Keg가 아닌 나무통인 Cask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맥주여서 통 속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맛이 Pub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에일은 앞서 언급한 대로 발효과정이 상온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온일 때 효모가 가장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영국 Pub에서 진짜 에일(Real ale)은 상온에서 서브를 해주기 때문에 처음 마실 때는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한 탄산도 독일에서는 거품은 맥주의 혼이라 여기는 반면 영국은 탄산을 따로 주입, 가압(加壓)하여 뽑아 올리는 방식이 아닌 펌프를 이용하여 뽑아 올리는 감압식(減壓式)이기 때문에 자연 발생한 탄산 외엔 거품도 별로 없는 상태로 서브됩니다. 영국의 Pub에서는 맥주를 따르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데, 맥주를 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품을 몇 번이고 깍아내서 파인트 잔에 거품 하나 남김없이 제거한 후 찰랑이게 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차가운 맛에 시원하게 들이키고 탄산의 톡 쏘는 맛이 목을 자극하는 우리나라 맥주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이상한 체험이 될 테지만 에일의 진짜 매력은 바로 향에 있습니다. 꽃 향, 과일 향 그리고 토피(막대사탕)같은 은은한 단맛으로 마무리 되는 느낌이 핵심입니다. 옛날의 에일은 홉이 아예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홉의 쌉싸름한 맛도 머리 속에서 잠시 지워보고 에일 본연의 맛만 한번 집중해서 느껴보시죠. 유럽 대륙을 아니 전 세계를 제패한 필스너의 세상 속에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에일의 생명력, 존재감은 무엇인지 천천히 음미해 보는 것도 영국 Pub 방문의 큰 재미입니다. 

저도 처음 영국을 방문했던 한 여름, 런던을 돌아다니다 너무 갈증 나 맥주 한잔이 아쉬워 Pub에서 맥주를 시켰건만 한참을 꼼지락거린 끝에 주는 맥주가 거품 하나 없이 미지근한 맥주여서 속으로 쌍욕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에서처럼 긴 손잡이를 팔의 힘으로 내려서 지하의 케스크에 담긴 맥주를 감압식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진짜 에일입니다. 다음 사진의 Tap들을 보면 왼쪽의 긴 손잡이가 감압식 펌프, 즉 Real ale이고 오른쪽의 짧은 손잡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가압식 꼭지들입니다. 

라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압식 펌프의 맥주들은 스텔라 아르투아(벨기에), 포스터스(호주), 기네스(아일랜드), 암스텔(네덜란드) 모두 영국산이 아닌 대륙 맥주이고 기네스만 제외하면 모두 라거 계열 맥주입니다. 


#벨기에맥주 

람빅부터 에일, 필스너 등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벨기에를 진정한 맥주의 천국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맥주의 나라라는 독일보다 훨씬 다채롭고 신묘한 맥주가 천지로 널려있는 나라입니다. 

앞서 소개한대로 벨기에는 독일과 달리 재료의 제한도 없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맥주가 끝없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벨기에입니다. 영국에서 맥주를 마시려면 Pub을 가야 하듯이 벨기에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Beer cafe를 가면 됩니다. 최소 수십 종, 많게는 백 종류가 넘는 맥주가 구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마셔봐야 할 맥주는 앞서 소개한 람빅. 벨기에에서만 나오는 맥주이므로 당연히 첫 번째 선택이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마셔 봐야 할 맥주는 벨지움 블랑(Belgium Blanc) 즉, 벨기에식 흰 맥주. 왠지 낯선 이름이지만 사실 이미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호가든(Hoegaarden)이 대표적인 벨지움 블랑입니다. 여기서 Blanc이란 불어로 White인데, 맥주가 하얗다는 의미는 필스너의 맑은 황금색이 아닌 희뿌연 맥주라는 의미로, 희뿌연 탁색을 만드는 것은 바로 밀입니다. 즉 보리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밀을 30%~60%정도 섞어 만드는 맥주는 일반 필스너에 비해 하얗고 탁한 색을 띄게 됩니다. 여기에 벨기에 맥주의 특기인 부재료 섞기 신공이 들어가는데, 벨지움 블랑에는 주로 코리앤더 씨와 오렌지 큐라쇼(오렌지 껍질 말린 것)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호가든을 마실 때 미묘하게 풍기는 시트러스 향과 달달한 과일의 끝 맛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특색 있는 벨기에 맥주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수도원 맥주 

우리로 따지면 사찰 음식 뭐 이런 이미지입니다. 과거 수도원은 거의 유일한 지식인 집단이었고 이들에 의해 맥주도 개발되었고 비법도 유지되어 왔으며 수도원에서 직접 만들어 순례자들에게 팔아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비급을 그대로 유지하여 현재까지 직접 양조해서 판매하는 것을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라고 하고 수도원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이러한 수도원의 비급을 일반 맥주 회사가 수도원으로부터 양조허가권을 얻어서 만들어 파는 맥주를 애비(Abbey)맥주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Leffe가 대표적인 애비 맥주이고,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트라피스트 맥주는 로슈포르트, 쉬메이, 베스트말레 등이 있으며 현재 6개의 벨기에 프라피스트 수도원과 네덜란드 1곳, 오스트리아 1곳에서 이 트라피스트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독일맥주 

맥주에 있어서 벨기에 맥주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나라는 역시 독일입니다. 맥주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수입 맥주 중에 이것이 대표 독일 맥주다라고 떠오르는 브랜드가 잘 없습니다. 독일은 전국구 맥주 회사보다는 주로 지역 맥주들이 많기 때문에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해외는 물론이고 독일 내에서도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주장하는 것이 맥주는 굴뚝이 보이는 곳에서 마셔라입니다. 양조장의 굴뚝이 보이는 곳에서 마셔야 한다는 의미로 멀리 이동한 맥주가 아닌, 자기 동네의 갓 뽑아낸 신선한 맥주가 최고다라는 의미 입니다. 일본에서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습니다. 


현재 독일에는 1,500개 가까운 양조장이 있는데 독일에 맥주를 마시러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무조건 옥토버 페스트로도 유명한 뮌헨이어야 합니다. 뮌헨이 있는 남 독일 지역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주가 바이에른인데 독일에서 가장 맥주 산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심지어는 바이에른 지역의 군부대에서는 모든 군인들에게 매일 500ml씩 맥주가 지급된다고 합니다. 물론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만큼 맥주를 떼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곳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독일 맥주 관련 이야기는 거의가 바이에른 지방의 맥주 이야기이고 실제로 중부 북부 독일 사람들은 우리 생각만큼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고 바이에른 사람들은 우리 기대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점심에 맥주 반주가 당연시 되는 곳으로 (제가 일하던 중부나 북부 출신 독일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절대 맥주를 마시지 않고 저녁에도 한잔 이상 잘 안 마십니다) 조용한 중부, 북부의 도시들과 달리 언제나 거리 곳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시끄럽고 흥청거리는 곳이 바로 뮌헨입니다. 독일 친구들에게 독일인 기준으로 독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뮌헨을 꼽습니다. 왜 뮌헨이냐고 물으면, 알프스와 가까운 아름다운 자연, 문화, 산업, 경제, 음식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합니다. 다만 뮌헨 놈들이 너무 많이 사는 게 흠이라는 농담을 반드시 덧붙이지만. 그만큼 뮌헨을 중심으로 바이에른 맥주가 강세이고 그래서 이 지방의 맥주들은 전 독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지만 다른 지방 맥주는 역시 자기 홈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지역 맥주로서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굳이 다른 동네까지 영역을 넓히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독일 맥주를 즐기는 방법은 우선 그 지역 맥주를 마시는 것. 그리고 굳이 전국구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바이에른 지방 맥주를 추천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필스너 외에, 바이에른 지방을 중심으로 밀을 50%이상 사용한 밀 맥주, 바이젠(Wiezen)이 있습니다. 가만, 독일 맥주는 발아보리, 홉을 제외하고 다른 건 못 넣는다고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밀 맥주는 Beer라고 표기 하지 않고 Wiezen이라고 따로 표기를 합니다. 물론 지금은 EU의 규정에 따라 Wheat Beer라는 표기도 하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Weizen이라 부르는 걸 선호합니다. 이 바이젠은 주로 여름에 마시는데, 효모(Hefe)가 살아있으면 Hefe Weizen이라 하고, 맥아를 많이 볶아서 색이 짙으면 Dunkel(영어 dark), Dunkless 또는 Schwartz(영어 Black) Weizen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흑맥주라 하면 앞서 설명한 Stout도 흑맥주이고 Dunkless도 흑맥주이지만 둘은 색만 짙은 색일 뿐 Stout는 에일 계열로 완전히 다른 맥주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독일 맥주는 순수령에 따라 재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 지역별 맛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비슷비슷한 맥주들 속에서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그 외에 몇몇 지방의 독특한 맥주를 몇 가지 더 소개 하자면, 

대성당으로 유명한 쾰른의 쾰슈비어(Kölsh Bier)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퀼른의 맥주란 뜻인데 이 맥주는 독일 맥주로서는 매우 특이하게, 상면 발효 방법으로 만듭니다 그렇다고 완전 에일도 아닌 것이 라거 방식으로 저온 숙성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일과 라거의 중간쯤 되는 맛이 납니다. 에일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에일 특유의 꽃 향기, 과일 향기도 풍기면서 라거 특유의 상쾌함도 가지고 있는 맥주입니다. 또한 슈탕게(Stange)라 부르는 200ml의 작은 잔에 주고 일반 라거보다 부드럽고 탄산기도 덜하기 때문에 아주 잘 넘어가는 맥주입니다. 그 덕에 회전율이 매우 높아서인지, 쾰른의 맥주집에서는 웨이터들이 손잡이 달린 알루미늄 쟁반에 맥주잔을 가득 채우고 테이블 사이를 q바쁘게 돌면서 계속 배달을 하며 컵 받침 종이에 연필로 몇 잔을 마셨는지 표시를 합니다. 따라서 이 컵 받침 종이를 버리거나 기념으로 가져가야지 하고 백에 넣어버리면 안됩니다. 

(쾰쉬에만 쓰는 200ml 작은 잔) 


또 다른 맥주로는 쾰른의 인접 라이벌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알트맥주(Alt Bier)가 있습니다. Alt는 영어의 Old와 상통하는 독어 단어로, 옛스러운 맥주란 뜻입니다. 즉, 냉장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탄생한 라거 맥주 이전의 에일 맥주란 뜻으로 영국이나 벨기에처럼 상면 발효 방식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영국의 리버풀과 맨체스터가 심각할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해서 축구에서도 시끄럽듯이 쾰른과 뒤셀도르프도 라이벌 의식이 보통이 아닌 사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자기네 맥주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하여 서로 상대방의 맥주를 헐뜯기도 해서 상대방 맥주를 칭찬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다행히(?) 두 도시의 축구 실력은 그다지 높지 않아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리버풀과 맨체스터처럼 유명한 더비는 되지 못하고 있지만 맥주에서만큼은 충분히 시끄러운 관계입니다. 


또 한가지 독특한 맥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독일의 주요 도시를 이미 돌아본 여행자라면 그 다음으로 추천할 만한 도시 중 밤베르크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는 독일의 베네치아라 불릴 만큼 (베네치아와는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 동의 할 수는 없지만) 도시도 아주 아름답고 독일 3대 로마네스크 성당에 꼽히는 대성당도 볼만합니다. 또 한가지 명물을 꼽자면 역시 맥주인데, Rauchbier, 즉 훈제맥주가 있습니다. 

과거 밤베르크의 양조장에 화재가 나서 보관 중이던 보리맥아가 전부 화재의 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아까운 발아보리를 버릴 수도 없고 할 수없이 그냥 양조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그 이후부터는 발아보리를 훈제해서 양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낯선 맛이라 많이 마시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한번쯤은 맛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맥주입니다. 

(라우흐비어의 성지, 슈렌케르라 메르젠(Schlenkerla Marzen) – 밤베르크 독일)


또 한가지, 맥주의 종류라 하긴 좀 뭐하지만, 라들러(Radler)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맥주에 레몬에이드를 섞은 것으로 맥주가 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마시기에 제격입니다. 제가 처음 독일에 갔을 때, 맥주 순수령의 이미지가 강하여, 당연히 라들러도 순수 맥주라고만 생각하고 우와 대박, 맥주에서 레몬 맛이나!!! 하고 놀랐었습니다. 레몬에이드와 섞었지만 맥주 자체는 순수하게(?) 만들었으니 순수령을 위배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배신 당한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독일 사람들은 은근히 음료를 섞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흔히 마시는 방법이 콜라와 환타를 1대 1로 섞어 마시는 것인데, 워낙에 이 조합으로 많이들 마시다 보니 아예 Mezzo Max라는 제품으로 출시될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몇 차례 출시했다가 번번히 실패한 상품인데, 독일에서는 무알코홀(Alkohol Frei) 맥주도 각 메이커별로 다 출시하고 있고, 거의 모든 Bier Garden에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맥주를 즐기지만, 대중교통이 우리만큼 편리하지 못하고 대리 운전도 없기 때문에 독일인들 스스로 정한 운전 가능 음주 기준은 맥주 500ml 한 잔인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마시고 마셔도 무알코홀 맥주만 마십니다. 맛은 물론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맥주의 기분을 내는 것에는 아쉬움이 없을 만큼은 그럴듯한 맥주 맛이 납니다. 그러나 무 알코홀 맥주라 해서 무한정 마셔도 되는 것은 아닌 것이 알코홀이 1% 미만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독일 주세법상 술의 기준은 알코홀이 1%이상 들어간 음료를 말합니다. 


#체코맥주 

제가 처음 체코에 출장을 갔을 때, 체코 파트너의 프리젠테이션 첫 마디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맥주를 만드는 나라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였습니다. 맥주와 전혀 관련 없는 업종의 회의여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체코 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전 세계 수많은 맥주의 라벨에 Pilsner, Pils 등의 표시를 하며, 우리는 체코의 필젠 지방 맥주를 따라 만든거야 라고 얘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권하는 체코 맥주를 즐기는 방법은 우선 현대 필스너 맥주의 원형인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gell)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Urgell은 체코어로 Original이란 뜻으로 원조 필스너 맥주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 맥주는 맥주의 중요 두 가지 맛, 몰트의 구수한 곡물 풍미와 홉의 쌉싸름 함이 모두 견고하게 올라옵니다. 어느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둘 다 희미하지 않고 둘 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버티는 견고한 맛입니다. 몰트와 홉의 맛을 하나하나 따로 느끼기에 아주 좋은 맥주입니다. 최근 한국의 마트에도 많이 수입되고 있지만 역시 가열처리 후 여과하여 병입한 맥주와 현지에서 마시는 생 맥주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현지에서는 체코어로 Plzensky Prazdroj라 표기 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마셔봐야 할 맥주는 부드바(Budvar)로 중국 맥주가 중국 인구의 힘으로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 전까지 부동의 세계 1위 맥주였던 미국의 Budweiser의 원조인 맥주입니다. 미국의 버드와이져를 생산하는 안호이져 부쉬사와는 전혀 다른 회사이고 맥주의 스타일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상표권 분쟁도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사이였습니다. 우선 미국의 버드와이져는 대표적인 미국 상업 맥주로, 미국 맥주 특유의 옥수수가 함유된 light 한 풍미의 맥주로, 옥수수의 달콤한 Finish와 벌컥벌컥 넘어가는 아주 가벼운 목넘김이 특징입니다. 반대로 체코의 부드바는 필스너 우르겔처럼 강한 맛은 아니지만 탄산기가 낮아 부드러운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맥아의 풍부함과 달콤함, 홉의 적당히 쓴 맛이 아주 밸런스를 잘 이루고 있는 맥주입니다. 결코 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희미한 맛도 아닌, 체코 맥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아주 품위있는 부드러움과 균형감이 좋은 맥주로 저도 아주 좋아하는 맥주입니다. 

그 외 프라하 지역 맥주인 스타로프라멘(Staropramen), 감부리누스(Gambrinus),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는 코젤(Kozel)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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