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Aug 25. 2018

유럽의 건축 1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유럽의 건축

기독교 사회였던 중세 유럽에서 속세의 권력의 핵심은 왕궁이었고 신앙의 핵심은 교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가이드 북을 펴 보면 가야 할 곳의 대부분은 왕궁과 교회인 것 입니다. 첫날은 가이드북 따라 이 교회 저 교회 둘러 보며, 한국과 달리 웅장하고 화려한 유럽 중세 건축에 감동하며 사진 찍기 바쁘지만 도시를 옮겨가며 여행을 하는데도 결국 갈 곳이 교회로만 계속되면, 저처럼 신앙이 없는 사람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신앙이 있는 사람도 상당한 피로를 느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도시에 왕궁은 다행이(?) 하나인데 교회는 가이드 북에서 안내하는 곳만도 서너 개씩 됩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처음엔 뭔가 좀 더 지적이고 교양 있는 여행을 생각했다가도 맛 집에서 훨씬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쇼핑으로 마무리 하곤 했습니다. 교회가 너무 많다 보니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어디가 어딘지 헛갈립니다.

유럽에 주재원으로 나와 살게 되면서, 유럽의 문화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고 그들을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웅장한 교회 건물이면서도, 유럽의 건축물은 참으로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년간 관련 서적을 뒤져보고 답사를 다니며 현지인 동료들에게 배워가다 보니 비로소 여러분들께 소개를 할 만한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 같습니다.

제가 나름 힘들게 배우고 체험한 경험을 기반으로 유럽의 건축에 대해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바실리카 양식

유럽 교회 건축물을 살펴 보기 위해 처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바실리카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가 생기기도 한참 전인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민들에 의한 민주정치가 이루어졌었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민주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딘가 사람들이 모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모이는 장소, 즉 광장을 "아고라"라고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아고라에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연설을 하고 하는 장면들을 우리는 또 어디선가 보았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과 논쟁을 벌이던 그 장면을 떠올려보시죠. 대부분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나요?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 – 바티칸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인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이란 그림입니다.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이고 신전 같이 화려한 건물의 내부에서 여러 철학자들이 토론을 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그리스의 날씨는 매우 덥습니다.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햇살이 매우 강렬합니다. 광장에 모여 토론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햇살을 피할 그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고라의 한쪽 면에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회랑입니다. 이 회랑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도 하고 여기에 모여서 잡담도 하고 정치 얘기도 하고 하던 것이 바로 당시 그리스의 모습입니다. 이 회랑을 "스토아"라고 부릅니다. 바로 영어 Store의 어원이자, 윤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가물가물한 스토아 학파의 바로 그 스토아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온전하게 남아있는 스토아는 없습니다만, 복원한 것으로 가름할 수는 있습니다.


(복원한 아탈로스 스토아 – 아테네 그리스)


그리스의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여 뭐든지 수용했던 따라쟁이 로마도 이 아고라를 흡수하는데, 로마는 이 스토아를 ㄷ자로 구부려서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광장의 3면에 스토아를 만들고 더 나아가 아예 가운데 공간에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지붕을 얹었습니다. 그리스는 시민 민주주의 체제로서 아고라에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지만 로마는 각종 선거 등으로 청중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장소가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소를 로마는 주로 정치 집회나 재판을 하는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장소를 바로 바실리카(Basillca)라고 합니다. 바실리카를 지금은 주로 교회의 의미로 쓰지만 법원으로 번역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가운데 네이브(nave) 부분이 아고라의 광장 부분이고, 좌우 측랑이 스토아가 변형된 부분입니다. 영어로 Aisle이라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단어 아닌가요? 비행기를 탈 때, 창가(Window)냐, 복도(Aisle)인지 물을 때 바로 그 복도의 어원이 이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그림과 같이 구분하여 네이브(nave)와 아일(aisle)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ㄷ자로 사람을 모아서 연설을 하던 바로 그런 연단, 이것을 앱스(Apse)라고 부르고 이 부분이 더 발전하여 교회 연단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네이브와 아일로 구성된, 지붕이 덮인 아고라가 바로 바실리카 양식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교회건축 양식이고 이 큰 틀은 모든 서방 교회의 기본 틀이 됩니다.

(몬테풀치아노 대성당 - 몬테풀치아노 이탈리아)


#유럽건축 #바실리카 #스토아 #아고라 #네이브 #아일 #몬테풀치아노

작가의 이전글 맛있는 유럽 해산물 요리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