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Aug 02. 2018

맛있는 유럽 고기 요리 1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유럽의 고기요리 1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한 날 선택하는 메뉴는 양식입니다. 설레이는 소개팅, 첫 데이트, 상견례 등등. 그리고 가장 즐겁게 먹을 하나의 메뉴를 택하라면 대부분 고기를 택하죠. 이 두가지를 결합하면 양식으로 고기를 먹는 것. 대표 메뉴는 역시 스테이크입니다. 스테이크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비프 스테이크란 것을 접한 것은 친 형님이 중학교를 졸업하던 1983년이었습니다. 서울의 모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아버지께서 가족들에게 통 크게 스테이크를 쏘셨습니다. 고작 경양식 집에서 돈가쓰 정도 밖에 상상 못 하던 시절, 비프 스테이크라니...

호텔 레스토랑이란 곳을 처음 가본 중학생이었던 저는 촌스럽게 안 보이려 노력하면서 말로만 듣던 비프 스테이크란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고기 향 가득 머금은 두터운 고기덩이를 보고 비쥬얼과 향에 완전 매혹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한 입 먹어 본 첫 느낌은... 음, 솔직히 적잖게 당황했었습니다. 그런데 둘러 보니 졸업식을 마친 형이나 부모님의 표정도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맛이야 뭐 고기 맛이 어디가겠냐만은 그 두터운 고기를 씹을 때의 그 식감은 정말 처음 접해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참 어려웠었습니다.

지금껏 먹어왔던 우리의 소고기는 얇게 저며 달달하게 양념을 한 불고기였습니다. 이렇게 두텁게 썰어내는 건 편육이나 장조림 정도 밖에 없는데, 이 경우도 최대한 육질을 연하게 조리합니다.

바로 그 두께를 저는 스테이크와 다른 고기요리와 구분하는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최강의 스테이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nentina)"가 아닐까합니다. 이름 그대로 피렌체 스타일 비프 스테이크입니다.

기본적으로 T본 스테이크인데, 최소한 1kg이상인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보통 100g 단위로 주문을 받고 무게만큼 가격을 받습니다. 다만 최소 1kg이상부터 주문 받는 것이 원칙이며, 관광객을 상대하는 관광지의 식당에서도 최소 600g이상, 보통 800g 이상부터 주문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두께가 안나오고 저 두께가 아니면 그 식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kg라니, 소고기 한 근이 600g, 고기집에서 소고기 1인분이 보통 150g인걸 생각하면 그 크기가 가늠이 되나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라고 하는 토종 하얀 소인 키아니나(Chianina) 품종이어야 하며, 숯불에 구워 레어로 냅니다. 관광지의 레스토랑에서는 어떻게 구워줄지 묻기도 하지만 로컬 식당에서는 당연히 레어로 나오며, 소금과 올리브 유만 살작 뿌린 형태로 나옵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가장 큰 소를 가장 크게 썰어 먹는 기분이랄까. 여기에 미국식 A1 소스라도 달라고 하면 이탈리안 웨이터에게 분명히 한 소리 들을 것입니다. 그냥 이렇게 가장 단순하게 먹는 요리인 겁니다. 처음 한 입을 먹어보면 왜 미국 사람들은 소스 따위를 뿌려먹을까 의아할 정도로 직선적이고 우직한 맛이 납니다. 다만 워낙에 큰 덩이다 보니 나중엔 부른 배도 문제지만 써는 손도 아프고 씹는 턱이 아파서 힘들어지긴 합니다.

 

(피오렌티나 시에나 이탈리아)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힌 꽃등심은 우리나라, 일본, 미국 외엔 찾기도 힘들지만 유럽에선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는 사실

그럼 유럽 사람들은 어떤 스테이크를 먹을까요?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미국식 스테이크 집도 많이 생겼지만 일반적인 유럽 식당에서는 주로 Rump steak를 많이 먹습니다. 즉 우리가 선호하는 등심, 안심이 아닌 우둔살 스테이크, 당연히 마블링 따위는 없고 다소 퍽퍽하게 느껴지는 맛입니다. 역시 유럽 사람들은 살코기 자체의 맛을 음미하지, 우리처럼 지방의 고소함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럼프 스테이크 낭시 프랑스)


사실 소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숯불에 굽는 스테이크는 단순하고 돌직구 같은 요리이잖아요 그럼 유럽인들은 매일 이렇게 단순하게만 구워 먹을까요? 물론 변형된 형태로 요리하는 방법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가츠 형 요리들.

가장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밀라네제부터 살펴볼까요?

밀라네제는 말 그대로 “밀라노의”라는 뜻으로 “코스톨레타 알라 밀라네제(Coastoletta alla Milanese)”를 줄여서 밀라네제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돈가츠를 오스트리아 빈의 슈니첼을 일본식으로 변형한 요리로 여기는데, 그 슈니첼의 원형을 밀라네제에서 찾습니다.

송아지 등심을 1~2cm 두께로 두텁게 썰어 잘 두드려서 부드럽게 편 후 계란과 밀가루 빵가루를 입혀서 버터에 튀기듯이 굽습니다. 선 분홍색이 되도록 미디움으로 굽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 밀라네제가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슈니첼이 되었다고 합니다. 만드는 법은 밀라네제와 대동소이 합니다. 밀라네제 보다 다소 얇아지긴 했지만 송아지 고기를 사용한다는 것과 다른 소스없이 먹는 방법까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슈니첼이 독일로 오면 훨씬 다양해집니다. 우선 고기를 꼭 송아지로 고집하지 않고 독일에서 주로 먹는 돼지고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닭고기등 다른 종류의 고기들도 제한 없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레몬 한조각 올려주는 빈(Wein) 식의 슈니첼에서 여러가지 소스를 올리는 형태로 변주가 일어나는데요, 대표적으로 볶은 양파를 올리면 Zwiebel(양파) Schnitzel, 양송이를 얹은 Jager(사냥꾼) Schnitzel, 크림소스를 얹는 Rahm(크림) Schnitzel이 됩니다. 이 슈니첼이 프랑스를 거쳐 cotelette가 되었고 영어로 포크 커틀릿(Park Cutlet)이 되었습니다.물론 지금의 일본 돈가츠는 기름에 튀긴 요리이고, 슈니첼은 팬에 구운 요리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원형을 거슬러 추정할 수 있습니다.

(뷔너 슈니첼 비인 오스트리아)

 

대부분의 독일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처음 찾는 요리는 족발 요리인 학센인데, 사실 학센은 독일 사람들도 자주 먹는 요리가 아니라 모처럼 날 잡고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 파티라도 벌여야 먹는 다소 특별한 요리이고,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 뭐니? 라고 묻는다면 슈니첼이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적인 갈래는 아니지만 역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흔히 먹는 고기 요리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아래 사진과 같이 슈니첼의 특징인 빵가루와 튀김 옷을 두껍게 입히지 않고 밀가루로만 살작 발라 팬에 튀기듯 구워내는 스칼로피나(Scalopina)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송아지 고기, 독일에서는 주로 돼지고기를 많이 쓰지만 닭고기 등도 가능하며, 슈니첼처럼 얇게 펴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어 다양한 소스를 올려서 먹는 요리입니다. 토마토나 레몬, 버섯 등이 같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포르치니 버섯을 올린 스칼로피나 프랑크푸르트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소고기를 육회로도 많이 먹는데, 이를 카르파치오라고 합니다. 주로 식전에 많이 먹는 요리로, 베네치아의 한 요리사가 단골 손님이 빈혈로 날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합한 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따라 만든 요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당시 마침 르네상스 시대의 베니치아 파 화가였던 비토레 카르파치오(Vittore Carpaccio)의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던 중이었고, 비토레 카르파치오가 전반적으로 붉은 톤의 인상적인 그림을 많이 남긴 것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요리의 유래를 생각하면 붉은 색이 키워드인데도 한국의 많은 식당에서 광어 카르파치오, 연어 카르파치오 등 붉은 색과 전혀 연관 없이 그냥 날 것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유럽 현지에서 이렇게 쓰는 메뉴들이 많이 보이니 그져 날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이면 큰 무리가 없겠습니다.

(카르파치오 - 모데나 이탈리아)




#유럽요리 #고기요리 #스테이크 #피오렌티나 #슈니첼 #카르파치오

작가의 이전글 유럽에서 식사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