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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Aug 02. 2018

맛있는 유럽 고기요리 2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유럽의 고기요리 2


오스트리아와 인근 남부 독일에서 자주 먹는 고기 요리로 타펠슈피츠가 있습니다. 송아지 고기의 우둔살을 뿌리 야채들과 함께 삶아 내는 요리입니다. 

(타펠슈피츠 비인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사들이 기름기 적은 우둔살을 물에 삶은 요리를 만들었고 이를 황제가 거의 매일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슈니첼과 더불어 오스트리아의 국민 음식이 되었고 같은 독일어 권인 독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요리가 되었습니다.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돼지고기 요리가 더 발달했다는 것인데, 독일의 대표 돼지고기 요리는 아무래도 학센(Haxen)입니다. 간단하게 우리의 족발을 생각하면 되는데, 돼지 족발을 맥주에 삶아서 오븐에 구워 나오는 요리입니다.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맥주와 이 학센이죠. 

(슈바이네 학센 - 마인츠 독일) 


맥주에 삶아서 속은 보드랍고, 소스를 발라가며 오븐에 구우면서 겉을 바삭하게 만듭니다. 겉 껍질의 바삭함과 속살의 보드라움을 동시에 즐기는 요리로 우리 기준으로는 양이 상당하나 독일인들은 인당 하나씩 맥주와 함께 즐겨먹습니다. 보통 양배추 초절임인 샤워 크라우트와 함께 제공되는데 다소 느끼하게 느껴질 때 치킨에 무처럼 궁합이 좋습니다.  

물론 유사한 요리가 이웃나라에도 있는데, 체코의 꼴레뇨(Koleno), 폴란드의 골롱카(Golonka)가 있습니다. 

(꼴레뇨 – 프라하 체코) 

(골롱카 – 바르샤바 폴란드) 


칼도 안들어 갈만큼 바삭하게 껍질을 구워내는 독일의 학센과 달리 체코의 꼴레뇨와 폴란드의 골롱카는 껍질이 부드러운 상태 그대로 서브됩니다. 그리고 골룽카는 폴란드어로 무릎이란 뜻으로, 발목이 아닌 무릎 부위로 만드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학센처럼 껍질과 속의 극명한 식감의 대비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에 먹기가 더 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셋 다 커다란 뼈 때문에 다소 먹기가 불편하기도 한데 우리가 족발을 먹을 때 뼈째로 들고 먹듯이 유럽인들도 뼈를 들고 뜯어 먹습니다. 


뼈 얘기가 나온 김에 이탈리아의 뼈요리를 소개하자면, 주로 밀라노를 중심으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오소부꼬(Ossobuco)가 있습니다. 오소(Osso)는 뼈, 부꼬(Buco)는 속이 비었다는 뜻입니다. 즉 송아지의 정강이 뼈를 골수가 다 녹아나와 속이 비도록 만드는 요리입니다. 샤프란으로 만든 노란 리조토 알 밀라네제를 곁들입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레서피외에도 최근에는 토마토 소스를 넣은 오소부꼬 알 뽀모도르(Ossobuco al Pomodoro)도 많이 먹습니다.

골수가 다 녹아내릴 만큼 장시간 고아내어 부드러운 고기와 농밀한 육수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입니다.

(오소부꼬 알 뽀모도르 - 밀라노 이탈리아) 


과거 유럽, 특히 알프스 이북에서는 겨울이 사냥철이어서 사냥한 야생 동물들을 요리로 내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주로 멧돼지나 사슴, 꿩이나 산비둘기들을 먹는데, 최근에는 사육한 고기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사슴 스테이크 - 프랑크푸르트 독일) 


사슴 스테이크는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서 특히 인기가 있는데, 야생의 노릿내와 피맛이 살작 느껴지기도 하지만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식감에 저도 겨울에 종종 먹는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아예 완전히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갈은 소고기 요리도 있으니, 타타르(Tartare) 스테이크라고 합니다. 우리의 육회와 비슷한데, 갈은 소고기에 양파, 소금, 올리브유와 계란을 섞어 뭉쳐 내옵니다. 유래는 몽고의 유목민들이 갈은 양고기를 다져서 말 안장에 달고 이동하며 먹던 음식인데, 말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갈은 고기가 더 다져져서 부드럽게 되어 더 먹기 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칭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에 전해져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며 타타르 스테이크라 불렸는데 이것이 당시 북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독일의 함부르크를 통해 유럽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양고기는 유럽인들에게 더 익숙한 소고기로 대체되었으며 미국으로 이민간 함부르크 출신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것이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햄버거의 유래입니다. 즉 타타르 스테이크가 햄버거 스테이크로 그리고 다시 햄버거로 변해 온 것 입니다. Hamburger라는 말이 Hamburg(함부르크) + er(어느 지역의, 또는 누구의)라는 뜻이니, 함부르크 사람의, 함부르크 지역의 스테이크란 뜻이 됩니다. 지금은 유럽에도 미국식 햄버거 요리 집이 많습니다. 주재원 시절, 독일 동료들과 종종 가곤 했는데, 한번은 같이 간 친구가 함부르크의 옆 도시인 킬(Kiel)출신이어서 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사실 이 햄버거는 미국 음식이 아니라 너희 독일 음식이야 게다가 너의 고향, 함부르크꺼라고. 내심 그 친구가 뿌둣하게 생각하실 바라고 한 얘긴데, 그 친구뿐만 아니라 동행했던 모든 독일 동료들은 다들 반신반의하며, 이건 그냥 미국 요리야하고 별 관심을 안 보여서 그냥 그렇게 멋쩍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마 음식에 열광하는 이탈리아 친구들이었다면 그날 난리가 났었겠지만, 역시 요리에 별 관심없는 독일 친구들다웠습니다. 

(타타르 스테이크 - 아비뇽 프랑스) 


부드럽기로는 역시 거위 간 요리인 프아그라(Foie gras)가 최고일 듯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요리로, 월동을 위해 장거리 비행 준비를 하느라 영양을 비축한 야생 거위를 잡았을때 그 간이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육할 때도 지금처럼 거위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여서 지방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물의 간 특유의 풍미와 함께 간의 부드러운 조직이 녹듯이 무너지며, 간의 농밀한 지방의 맛이 포인트입니다. 통상 송로버섯(Truffle), 철갑상어 알(Caviar)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잔인한 사육방법으로 동물애호가들의 반대도 심하고 사육 비용도 많이 들어, 프랑스보다는 헝가리를 중심으로 동유럽쪽에서 많이 사육하고 있는 중입니다. 

(프아그라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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