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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Sep 17. 2018

유럽의 정찬 1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유럽의 정찬


독일 주재원 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같이 점심 먹으로 가던 독일 동료 한 명이 묻습니다.

"SJ, 저번에 Lea가 한국 출장 다녀와서 그러던데, 한국 사람들은 식사하러 가는 택시 안에서 전화로 음식 주문을 한다며? 진짜야?"

" 응, 가서 기다리는 시간 아깝잖아. 도착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전화로 주문하기도 해."

그 친구는 제 대답을 듣고는 마구 웃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따라 웃습니다. 난 그들이 왜 웃는지 이해를 못했고 조금 기분도 나빴습니다.

"음식점에서 멀뚱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 보다 낫잖아. 얼마나 효율적이야?

독일 친구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웃으며 다시 물어봅니다.

"그럼 그렇게 빨리 밥 먹고 뭐 하는데?"

"빨리 밥 먹고 들어와 쉬어야지. 저녁이면 빨리 집에 가고 싶고"

독일 친구의 마지막 질문

"밥 먹으면서는 못 쉬어? 밥 먹는게 힘들어? 일이야?


전 그제서야 이 친구가 왜 웃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엔 머리로만 이해했고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유럽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점 그때 독일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의 식사는 그 자체로 즐거운 시간인 거지, 음식을 먹어 치워 배를 채우는 행위만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저도 어느새 다시 효율적인 식사로 돌아왔습니다. 맞고 틀리고가 아닌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이죠.


우리가 이렇게 비효율적이라 느끼는 유럽의 식사는, 우선 총 식사시간이 매우 깁니다. 길게는 3시간을 넘게 먹기도 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식사시간이 길어지는 걸까요? 첫째는 우리처럼 한번에 모든 음식을 내놓고 먹는 한 상 차림이 아닌 순차적으로 한 가지씩 먹는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음식간의 시간이 매우 깁니다. 우리처럼 음식간의 서빙이 끊기면 화를 내는 문화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 시간을 음식에 집중하느라 놓친 동석한 사람간의 대화의 시간이라 여깁니다. 세번째 음식을 먹는 시간도 우리에 비해 상당히 깁니다. 음식을 음미하고 와인을 마시며 동석한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를 합니다. 물론 유럽사람들도 짧은 식사를 합니다. 대체로 아침은 아주 간단하게, 점심도 가볍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독일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식사 시간이 짧기로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정찬이란 의미의 식사는 식사뿐 아니라 대화의 의미도 강합니다. 우리도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사실은 허겁지겁 먹기 바쁜 경우가 더 많지 않던가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바쁜 일정의 동선 때문에 또는 비용 때문에 그리고 정찬의 주문과 요리가 너무 어려워서 주눅들어 한번쯤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레 포기하고 만적은 없었나요?


다음은 우리 여행자들을 겁주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유럽의 정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고, 비교적 익숙한 저도 사실 꽤 신경이 쓰일 정도로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몇 가지 기본만 이해하면 큰 무리 없이 유럽인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1) 기본적으로는 식전/ 메인/ 식후 3단계로 구성되며 앞뒤로, 중간중간에 코스들이 더해지는 것으로 추가된 코스는 건너 뛰기도 합니다. 비교적 케쥬얼한 식당에서는 3단계로만 식사를 해도 무방하고 식전 또는 식후를 뺀 2가지 코스로도 가능합니다.


2) 식사 못지않게 대화를 중시한다는 사실. 모든 서비스는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느리게 진행됩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미리 음식을 빨리 서브해달라고 부탁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웨이터는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통상적인 식사시간 동안은 우리 테이블 근처에 오지도 않을 것이고 자꾸 불러서 독촉하면 어색한 분위기가 될 것입니다.


3)손님은 왕이 아닙니다. 웨이터와 동급입니다. 상호간의 존중이 필요하므로 그들의 입장을 베려 하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큰소리로 부르거나 무례하게 독촉을 하면 최악의 경우 퇴장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유럽식 정찬의 기본은 이탈리아에서 출발하여 프랑스에서 발전되어 다른 국가가 이를 수용한 형태이기 때문에 대동소이한 두 나라의 정찬만 이해해도 나머지 다른 유럽 국가의 식사는 대부분 커버가 됩니다. 여기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정찬 코스를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레스토랑을 정한다

최근에는 Trip advisor와 같은 App들이 많아서 이를 참고하여 레스토랑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유럽에서는 꽤 신뢰할만한 App입니다. 한국인들이 올린 블로그는 한 사람이 올린 것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이 가서 먹어보고 하는 무한 반복이 일어나다 보니 샘플도 제한적이고 평도 구체적이지 않고 호평일색인 경우가 많아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소 귀찮더라도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길 권합니다. Trip advisor상위권 레스토랑인 경우는 예약 없이 가서 자리에 앉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Tip: 단품 등, 한 시간 이내에 빨리 먹을 생각이라면, 예약 없이 가서 자리가 없을 경우 한 시간 이내에 먹고 가겠다고 자리를 달라고 해봅니다. 유럽의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예약자 한 팀을 위해 3~4시간을 잡아두기 때문에 예약한 손님이 오기로 한 시간 이전에 식사를 끝내겠다고 약속하면 자리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식사 #정찬 #예약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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