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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Sep 18. 2018

로코코 미술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로코코 미술


로코코는 바로크와 딱 잘라서 구분하기 좀 모호한 사조임을 전제로, 바로크 시기의 장엄하고 화려한 교회나 궁전에서 귀부인들 위주의 실내 사교의 장으로 옮겨간 우아한 여성 취향의 실내 장식 양식을 일컫습니다. 프랑스에서 강력한 왕권으로 통치했던 태양 왕 루이 14세가 사망하자 베르사유 궁전에서 숨도 못 쉬고 얽매어 있던 귀족들이 영지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보금자리를 궁중에서 본 것처럼 우아하고 풍요롭게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로코코란 말은 로카이유에서 왔는데, 로카이유(rocaille)란 로크(돌)의 축소어로 작은 돌, 자갈이란 뜻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궁정의 정원에 동굴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동굴을 이탈리아어로 그롯토(grotto)라고 합니다. 이 인공적으로 만든 동굴 안을 작은 돌들과 조개 껍질 등으로 장식해서 마치 바다 속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로 바다의 신인 넵튠(포세이돈)이나 해마, 돌고래, 조개류의 장식이 도드라졌고, 이러한 장식들이 후대로 갈수록 형태가 점점 추상화되어 다소 기괴한 분위기로 변해갑니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기괴하고 요망함을 나타내는 단어 그로테스크는 바로 그롯토 같은(grotesque)이라는 이라는 뜻입니다. 귀족들의 우아하고 나른한 취향들을 반영하다 보니 당시 귀족들의 사치품이자 럭셔리한 간식거리였던 초코렛도 그 영향을 받아 아직도 유럽 초코렛의 모양들 중에는 조개나 해마 모양 등 그롯토에 쓰이던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바로크의 장엄하고 화려한 남성적인 건축물들에 비해 로코코는 우아하고 나긋한 취향을 반영하여 주로 무도회나 실내 살롱 문화에 걸맞게 특화된 사조로 미술에서도 이러한 시대를 반영한 다소 낭만적이고 다소 퇴폐적인 작품들이 주로 그려졌습니다.


아래 그림은 프랑스 화가 부셰가 그린 아르테미스입니다. 아르테미스는 로마에서는 다이애나로 불리운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으로, 순결한 처녀의 대명사입니다. 로마 시대에는 사냥에 보다 무게 중심이 있어 보호 대상인 동물들 또는 사냥감과 같이 묘사되며, 주로 사냥에 필요한 활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순결한 처녀 여신이다 보니 이 아름다운 나신을 본 남자들은 돌이 되어 버린다는, 무섭고 범접하기 힘든, 그래서 항상 뭔가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이 순결한 여신이 로코코 시대가 되면 아래 그림과 같이 관음증의 대상이 돼버립니다. 로코코는 바로 이러한 관능미를 추구하던 시대였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가는 다이애나 / 프랑수아 부셰, 루브르)


로코코 미술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은 누가 뭐래도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입니다. 그는 궁중 귀족들의 연애를 아름답고도 관능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제목처럼 음악 수업중인 젊은 선생과 어린 여학생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노출도 없고 스킨십도 없지만 누가 봐도 수업에 집중하는 성실한 선생님과 학생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천박하게 대놓고 묘사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야릇한 분위기를 고상하게 담아내는데 로코코 화가들은 능수능란했었습니다. 물론 실제 귀족들의 생활도 이러한 그림들을 통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죠

(음악수업 / 프라고나르, 루브르)


#로코코 #로카이유 #그롯토 #그로테스크 #프라고나르 #부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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