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의 고독

독서실 한 칸에서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왔다.

by 서온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반년 동안 여섯개의 강의를 완강했다.

강의를 완강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공부는 이미 끝난 것 같았지만,

사실 진짜 공부는 봄과 함께 시작됐다.

강의를 복습하고, 하루에 두 시간을 온전히 확보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오 분 거리 독서실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고 3 시절 독서실을 떠올리며 둘러보는데, 세상이 진짜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카페처럼 꾸며진 리프레쉬룸, 완전 개방형 공간, 1인실, 라이브러리룸까지 내가 알던 독서실과는

완전 다른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1인실을 신청했다.

하지만 10분을 앉아 있다 바로 포기했다.

사방이 닫힌 공간, 틈 하나 없는 문, 숨이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격리된 것 같은 공포감에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그때 처음 알았는지도 모른다.

내 몸이, 내 마음이, 그렇게 좁은 공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결국 라이브러리룸으로 옮겼다.

학창 시절 독서실과 비슷한 구조였다.

슬리퍼 두 켤레, 물컵, 칫솔세트, 작은 담요를 놓으며 난 한 칸에 또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조용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고3 때의 독서실이 사람들 속에서 혼자였던 공간이라면,

지금의 독서실은 혼자여서 비로소 나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노트북 자판 소리,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또렷이 들릴 만큼의 고요 속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바로 서는 시간을 가졌다.

외로움이 홀로되어 느끼는 쓸쓸한 마음이라면 고독은 자발적인 성찰로 사회와 잠시 거리를 둔 상태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분명 내겐 다른 의미였다.

공부를 하다 문득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면, 책상 위 스탠드 아래에서 나는 나를 깊이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한 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서 난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 자유로움 덕분에, 공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결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오늘의 두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집중하게 되었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좋아지고,

공부는 버텨야 할 일이 아니라 나를 정돈하는 루틴이 되었다.

그 독서실 한 칸은 나에게 가장 작은 공부방이자, 가장 단단한 회복의 공간이었다.

인생에 있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하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어른들이 그렇듯, 나 역시 혼자 조용히 앉아 나를 생각할 시간을 잃은 채 살아왔다.

하루는 늘 바빴고, 해야 할 역할은 많았다.

엄마로,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책임으로 하루를 채우다 보면

정작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일은 늘 뒤로 밀렸다.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갔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삶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나는 나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가끔 혼자 도서관에 가 멍하니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시 마주보기 위해서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와 마주하는 가장 깊은 대화였다.

그리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얻는다.

나는 그곳에서 다시 서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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