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갔다.
사실 2주전 파마를 했고, 한달이 되기도 전에 다시 미용실에 간거였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어서요."
"뭐가 마음에 안들어요?"
그건 아니었다.
그냥 무언가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운을 두르고 거울 앞에 앉았다.
내 얼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 머리였다
원장 선생님은 내 앞머리를 살짝 다듬었다.
"지금 머리가 길들여져서 딱 예쁜데, 앞머리만 자르고 견뎌보는건 어때요?"
많은 여자분들이 뭔가 변화가 필요할 때 머리에 변화를 준다는 걸 아는 원장님이었다.
혹시나 자르고 난 후, 후회할까 다시 한번 묻는 거였다.
그렇게 원장님은 내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평소 보이던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같이 하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 두시고, 집을 이사해야 하는데 계속 뭔가 꼬여요."
원장님이 답답하신지 하소연을 하셨다.
머리를 숏커트로 확 치고 싶은데 참고 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순간, 이제야 내가 왜 머리를 자르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게 아니었다.
지금 내 상황이 불편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했다.
최근 회사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중요한 결정들이 바뀌었고, 나는 그 흐름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미리 챙겨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감이 밀려왔다.
모든 것이 내 잘못처럼 느껴졌다.
내가 추구하는 삶에 방향성에 대해서도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점점 혼자 되어 가는 불편함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뭔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뭐라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머리를 자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작은 통제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머리가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전의 내 모습을 조금씩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 괜찮아 질거야.'
머리가 마무리 되어 갈수록 신기하게도 불편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훨씬 짧아진 내 모습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설레이기도 했다.
기존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로 부터 탈출한 기분.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세상은 여전히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겠지만
적어도 오늘, 나는 내 머리만큼은 내가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