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자, 봄이 보였다.

길게만 느껴지던 하루 끝에서 만난 작은 변화

by 서온

새벽 5시 35분, 알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깨서 우는 모습이 마음 아파 시작한 새벽출근이 벌써 10년째다.

처음에는 씻기만 하던 곳이 지금은 아침 운동을 하는 곳이 되었다.

오늘 아침은 따뜻했던 어제와는 달리 몸이 움츠러드는 추위가 느껴졌다.

몸을 추스리며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했다.

목요일은 한 주 중에 가장 피곤한 날이기도 했다.

'이번주는 왜 이렇게 느리게 가지.

하루가 참 길다.'

이번주는 매일이 야근이었고, 그렇다고 마무리가 되는건 없었다.

집에 도착하면 씻을 힘도 없이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잠들기 일쑤였다.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회사가 있는 역에 도착했다.

터벅터벅.

고개를 숙여 내가 걷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랐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계단에 고개를 들었다.

지하철 계단에서 보이는 세상은 네모난 프레임 속 그림같았다.

분명 며칠전까지 그림은 깜깜한 어둠을 그려둔 듯 했다.

하지만 오늘은 해가 뜨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하는 아주 작은 빛을 담은 그림이었다.

'언제 해가 이렇게 길어졌지.'

문득 그 사이로 느껴지는 빛이 가진 따스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예쁘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지하철을 나와 바닥이 아닌 위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길게 일렬로 가로등이 환한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가로등이 이렇게 많았구나.'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길가에 나만을 위한 조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멀리 바라본 하늘은 새하얀 구름이 유영하듯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던 내게 계절의 변화는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렇게 다가온 봄은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고개를 조금 더 들고 걸었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

차갑지만 날카롭지 않은 공기가 몸 안으로 천천히 퍼졌다.

회사 건물 앞에서 난 웃으며 문을 밀었다.

조금 전까지 길게만 느껴지던 하루가, 이제는 그렇게 길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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