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직을 잃은 날, 나는 미소지었다.

결과는 바뀌었지만, 나의 선택이 틀린건 아니었다.

by 서온

오늘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회사는 세개의 다른 소속에 있는 부서를 손익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한군데로 모아 새로운 조직을 신설했다.

내가 그 조직을 맡게 됐다.

연계성은 없었지만, 모두 회사 손익에 연관있는 일이라는게 이유였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한해의 반이 지난 시점에 만들어진 조직인데다 기존에 이미 사업방향에 대한 결정이

나서 운영 중인 부분이었다.

리더십이 변경되고 방향이 바뀌며 상대를 설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야 했다.

상대가 있는 일이었고, 기존 합의된 내용이 있는 사항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한해 정신없이 달려가며 일했다.

협상이 다수였던 터라,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논의하며 방향을 고쳐나갔다.

중간에 합류했기에 히스토리를 알아야 했고, 상대가 다른 이야기를 할 때엔 재확인을 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나아가는 듯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치열했던 시간들이었다.

여전히 답보상태였던 사안들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회사의 방향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는게 문제였을까.

회사는 다시 기존 사업구조로 돌아가는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실장직을 잃었다.


처음 소식을 본부장을 통해 전해들었을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나를 바라보는 본부장을 보며 내 표정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됐다.

"네. 알겠습니다."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듯 했지만, 대답은 짧고 명쾌했다.

접견을 끝내고 나오는 순간, 그 공간이 나에게는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 같이 믿겨지지 않았다.


'가족들한테 어떻게 이야기 하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본부장 방을 나오며 가장 먼저 생각했던 고민이었다.

자랑스러운 딸이자, 엄마이고 싶었다.

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에 미치자 부끄럽기 시작했다.

아직은 오픈되지 않은 소식이었기에 회사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다르게 행동했을까?"

나는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 대답이 떠오르자, 더 이상 스스로를 탓할 이유가 없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

직급은 내려갔지만, 나에 대한 기준까지 낮출 필요는 없었다.


자리로 돌아오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마지막까지 당당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나답게 일하고 싶었다.

나의 최선에 대한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부끄럽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며 조용히 나를 토닥인다.


"수고했어 서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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