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집에 놀러왔다.
외삼촌바라기 아들은 벌써부터 삼촌 옆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나와 함께 자면서 엄마가 없으면 잠이 안온다던 아들인데,
삼촌이 오면 언제그랬냐는 듯 삼촌과 함께 자겠다고 한다.
안방의 큰 침대를 내어주고 딸 방으로 향했다.
평소 항상 동생만 잘 챙기냐고 불평을 하던 딸이기에 이번 기회에 점수를 따고 싶었다.
'똑똑똑'
방문을 열고 딸 침대로 쏘옥 들어가 누웠다.
딸을 뒤에서 안으며 장난을 청했다.
그리고는 평소 못하던 수다를 떨려고 준비를 했다.
딸은 휴대폰을 보다가 고개만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반가움 보다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엄마. 여기서 잘거야?"
약간은 딸을 생각해서 왔다는 걸 생색내고 싶어 말했다.
"평소에 같이 자고 싶어했잖아. 그래서 같이 잘까 해서 왔지."
"아니야. 침대가 좁아서 자다가 떨어지면 안돼. 수다만 떨고 딴방 가서 자."
예상치 못했더 답변에 갑자기 아쉬움이 밀려왔다.
"언제는 나랑 같이 자고 싶다며!"
속상한 맘에 잠깐 수다를 떨다가 아들 방 침대로 혼자 가서 잠을 청했다.
밤새 쉽게 잠들지 못해 잠을 뒤척였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딸은 벌써 훌쩍 커버린것 같았다.
다음날, 엄마와 음식 준비를 하며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니 너무 개의치 말라고 하셨다.
엄마도 우리가 어릴적 그런 말을 했을 때는 서운했다며 내 맘을 거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이 어릴적 나에게 같이 놀아달라고 매달리던 때가 떠올랐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놀자."
평일 늦은 밤, 수도 없이 많은 약속을 했다.
어린이는 일찍 자야 많이 큰다며 어르고 달래며 가끔은 화를 내기도 했다.
'친절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이 말 처럼 완전히 방전되어 있던 나는 아이들을 안아주지 못했다.
"엄마 힘들어. 조금만 있다가."
"왜 이렇게 찡찡대?"
일을 하고 녹초가 되어서 온 나에게 안아달라며 하는 아이들에게 했던
모진 말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아이들도 지금의 나처럼 마음이 속상했겠지?
이렇게 안아줄 날도 별도 안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자주 내일로 미뤘다.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으 몰랐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딸 방 앞에서 노크를 한다.
문이 열릴지, 또 거절당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