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항아리 Jul 28. 2021

한달 더 글쓰기

3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글 쓰며 살고 싶다면서 정작 현실은 그러지 못한 삶을 반성하며 참여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접기로 결정했다. 남아 있는 좋은 상품은 판매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근데 그게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하다. 서른아홉, 회사를 나와 재취업에 시도했지만, 잘 안돼 자영업을 시작했다.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온라인을 시작했지만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자본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살아남기가 어려운 치열한 시장이다. 오프라인 유통 영업을 해봤다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졌다. 그럼에도 버티려 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까. 열심히 했지만 사업하고 맞지 않는지, 3년간 월급 한번 가져오지 못했고, 결국 항상 투잡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데이터 분석을 시작으로 택배 발송하고, 아르바이트 출근길에 오른다. 오후 7시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택배 발송 업무를 처리한다. 판매하는 상품 중에 직접 뜨개질한 상품도 있어, 최저시급도 나오지 않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했다. 매일매일 몸은 녹초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글쓰기를 거의 방치했다.      


나중에는 글 쓰며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내가 정작 생계를 이유로 글쓰기를 내팽개쳤다. 그런 내가 나도 싫었다. 이도 저도 아닌 나의 일상이 나도 싫었다. 잘되고 싶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자리 잡고, 시스템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오면, 매일매일 글 쓰는 일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현실로 이러 지지 않았고, 오히려 현실에 치여 살았다.     

 



이런저런 핑계로 더 이상 글쓰기를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1일 1단어 3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나를 다 잡아 줄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6월 내내, 인터넷 쇼핑몰, 아르바이트, 글쓰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피곤하고 바쁠 때도 글을 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최근 십 년 동안 잘 풀리지 않은 인생으로 스스로 많이 소심해지고, 나약해졌다. 그래서 더 절실했는지 모른다. 어떡해서든 30일 글을 다 써, 이 프로젝트만이라도 완료하고 싶었다. 나 스스로에게 나름의 성공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따금 주어진 단어를 하루 늦게 쓰는 날이 있었지만, 30일 동안 30일 단어 모두 글을 썼다. 내가 부여한 목표에서 작은 성공을 이뤘다.


30일 프로젝트로 글 쓰며, 페이스북에도 게시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바랐고, 30일 동안 30단어를 모두 쓰고 싶었다. 그렇게 올린 글에 다행히도 읽어주는 몇 분이 생겼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고마웠다.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웠다. 나를 알고 있어도 나를 대해 잘 몰랐는데, 글을 통해 나를 조금을 알 수 있었다며, 전화가 왔던 적도 있다. 고마웠다. 솔직하게 쓴 글을 공개해도 될지 싶었지만, 용기를 낸 덕분에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30일간의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개인적으로 한 달 더 연장해 글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쓴 글을 혼자만 가지고 있다면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있다고 글 못 쓰는 날이 생기면, 그것을 핑계 삼아 또 하루를 쓰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연장한 3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냈다.      


페이스북에서 나의 글을 읽었던 몇 분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연장하라며 권유해, 부끄러웠지만, 그들의 말이 힘이 되었다. 십 년의 세월 동안 성취보다 실패의 맛에 익숙했던 나에게, “글을 더 써줘”라는 말이 용기를 심어줬다.     


그런데 연장한 글쓰기 프로젝트의 글을 막상 브런치에 올리려 했을 때, 고민됐다. 과연 나의 글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인지도 몰라 망설였다. 더더욱 브런치에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에 주저했다. 브런치의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엉성하고, 어휘력도 딸린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도 되는지 고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용기 내 올린 것처럼 다시금 용기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브런치에 나의 글을 올리고 있다. 나의 글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 때때로 많이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부럽다. 그리고 그들처럼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들처럼 사람들이 읽기 원하는 글을 쓰고 싶지만, 그게 어떤 글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그저 쓰고 써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나의 글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글이 될 수도 있으니, 그저 쓰는 수밖에 없고, 쓸 뿐이다.

   

개인적으로 30일 연장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 이후에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차례대로 실행해 나가야겠다. 해보니까. 글 쓰는 것을 단련하기에는 1일 1단어 매일 글쓰기만 한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연장한 글쓰기의 단어를 선택하고, 찾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단어를 정하고 그 단어와 관련된 글쓰기를 하니까, 잊혔던 다양한 기억들을 상기시킬 수 있었으며, 조금 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었다. 단어 글쓰기는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를 꺼내 주는데 좋은 거름이 된다.      


이젠 개인적으로 연장한 프로젝트 성 글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조만간 두 번째 작은 성취가 내 곁으로 오고 있다. 오늘 하루도 새로운 글을 썼다. 그렇게 하나씩 이뤄내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최선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의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