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도시는 다양한 도서관이 있다. 과학도서관, 미술도서관, 정보도서관, 작년인가 음악도서관이 생겼다. 이외에도 여러 도서관과 동네 작은 도서관이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고, 없는 책은 상호대차를 신청해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이 도시가 일자리는 풍족하지 않지만 이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책을 사서 읽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이 집에 쌓이고 쌓여서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집이 좁았기 때문에 책을 마냥 살 수 없었다. 책 소유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지만 나의 공간은 지금도 역시 협소하기에 무작정 책을 살 수 없다. 지금도 비좁은 집의 거실과 방에 책이 있다. 그래서 더는 책을 소유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워 진짜 갖고 싶은 책이나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니면 최대한 도서관을 이용한다.
서재가 있는 집이 방송에서 나올 때마다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 예전에 파주 헤이리에서 여행 숙박업을 하는 분의 생각이 너무도 궁금하고, 숙박하는 그 집도 궁금해 파주 헤이리에 다른 볼일을 보러 갔다가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저 주인장을 한번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면서 “구경해도 될까요?” 말했는데, 마음 열고 다가와 주셨다. 나는 사람들이 머무는 그 공간을 구석구석 구경한 후 주인장이 직접 맞이하는 서재에서 주인장이 내려주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신기하고, 낯선 이에게 마음 열어준 그 주인장에게 감동했다. 이런저런 서재를 갖춘 사람들의 방을 몇 번 보다 보면 서재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더 세차게 분다. 허나 내가 겪고 있는 현실에서는 도무지 서재를 만들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서재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되뇔 것이다. 주문을 계속 걸다 보면 언젠가는 소망하던 것에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국토대장정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더니 국토대장정을 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대학교 때 스스로 생활비와 장학금 타기 위해 마음 편히 무엇인가를 하지도 못하던 나날 속에서도 나는 다짐 하나를 했었다. 돈을 벌면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자. 그것은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해야 했다. 그간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보상이었으니까. 돈을 벌자마자 소망대로 여행 다녔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간 후로 해외를 나간 적이 없지만 그 이전까지는 매년 1회 정도 혼자 주로 해외여행을 갔었다. 그렇게 꿈꾸던 일을 실천했다.
청주에서 줄곧 청년 시절을 보내면서 마음속에 때때로 대전에 살다가 서울에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근데 정말로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강남에 위치한 회사를 주로 다녔는데 이번에 일자리를 구하면서 적어도 시청 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청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던 것이 이뤄졌을 때 신기하다. 허나 돈만은 그렇지가 않다. 내게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다면 돈이다.
이런 소소한 경험들로 인해 지금 내가 바라는 것 중 하나인 서재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면 언젠가는 꼭 서재를 갖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몇 년째 책 사고 싶은 욕구를 눌러야 했고, 책을 살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도서관을 잘 이용했고, 지금 사는 도시에 정말 다양한 도서관이 있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살 때 노원에 있는 도서관을 다녔는데 1인당 대여 권수가 5권이다. 그런데 이곳은 1인당 대여 권수가 10권이다. 그리고 동사무소 위에 동네 도서관이 있어 멀리 있는 도서관의 책도 상호대차를 통해 빌려 읽어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시스템이고 운영방식인가. 거기에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해 엄마하고 종종 도서관에 가서 국수도 먹고, 애니메이션도 봤다. 코로나 이후로 맛있는 잔치국수를 내놓았던 구내식당도 사라지고, 영화도 상영하지 않았다. 지금도 영화 상영은 재개하지 않는 것 같다. 아쉽다. 언제 다시 생길지 모르지만 생기면 다시 엄마하고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잔치국수도 먹으러 갈 것이다.
작년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음악도서관까지 생겼는데 그 사실을 올해 알았다. 한번 가봤는데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도서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싶은 정도로 개인이 장사를 위해 이쁘게 인테리어 한 카페 같았다. 음악도서관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고, 음악 공연도 볼 수 있고, 음악 영화도 볼 수 있고, 음악 관련 도서도 빌려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것들이 제공되는 음악 도서관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 도시의 도서관은 분야를 세분화해 도서관을 운영한다. 이 도시가 나에게 주는 매력이다. 이 도시에 있는 도서관 중 드라마를 찍을 정도로 유명한 도서관이 있는데, 내가 사는 곳과 조금은 멀어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만약 예전처럼 차가 있었더라면 당장 보러 갔을 것이다. 그렇게 이 도시는 책에 관한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았다. 출판사, 서점이 이로 인해 혹시 힘들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많다.
그렇게 다양한 도서관도 있지만 지하철에도 스마트 도서관이 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일부러 지하철에 가서 책을 대여한다.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은 주기적으로 책을 바꿔주는 듯하다. 몇 개월 지하철에서 빌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간혹 책을 못 읽다가 가면 책은 바뀌어 있다. 그렇게 바꿔주는 시스템도 좋고, 도서관 카드 하나로 다양한 도시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가 있다. 내가 다른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다.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상당히 유용하고, 사랑스럽다. 엊그제도 나는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렸다. 연휴를 끼고 다 읽어야겠다. 이렇게 좋은 시스템이 내가 사는 이 도시에 있어 행복하다. 이 도시가 마음에 든다. 다만 일자리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시골에서 자란 터라 가끔 시골이 그립다. 도시의 삶이 이제는 내 인생의 거의 반을 다 살아가는데도 나는 풀 냄새, 계절이 바뀌는 냄새, 별을 볼 수 있는 밤하늘, 방안 불을 끄면 칠흑같이 변하는 시골이 그립다. 도시는 단독 주택이 아니라면 옆집인지 윗집인지 모를 물 내리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기침 소리 등 온갖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게 진짜 싫을 때가 많다. 그래서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엄마에게 종종 “시골 내려가서 살까” 말하지만 엄마는 싫다고 하신다. 평생 시골 살았던 사람이 말이다. 도시는 7년 정도 산 것뿐인데도 엄마는 시골이 싫단다. 엄마도 이웃집 소리가 잘 들리는 환경이 싫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한 도시의 편안함 때문에 가기 싫단다. 도시 가까운 단독 주택에서 언젠가 꼭 살고 싶다. 단독 주택에서 내가 먹고살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조직이 아닌 일로 벌어먹고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지금은 시골로 갈 수 없고, 나도 시골이 그립지만 경제상황이나 시골 가서 먹고살 능력도 없는지라 나는 도시에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 삶의 만족도를 자주 느끼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시골을 그리워하는 횟수가 줄어들 테니 말이다. 도시에서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그러면에서 지하철에 책을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 도시의 도서관 운영 방식은 꽤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누구의 생각일까. 지하철에서 책을 빌릴 수 있게 만든 사람이. 그런 사람들의 생각으로 나는 혜택을 받고 있다. 책 살 여력은 없지만,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에게 여기저기 책 빌릴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한 운영방식이 멋있다. 이 멋있는 운영방식 중 하나인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을 난 앞으로도 이용할 것이다.